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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04. 2022

[3] 라라랜드 - 두물머리 수종사

노을에 담고 싶은 너희들의 이야기

두물머리 수수


하늘빛이 참 예쁜 날이었다.


가을의 절정에서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표정을 담는 기쁨

모처럼의 아빠 역할에

생색내기 좋은 계절이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양수리 두물머리는

주말이면 어김없이

관광객으로 붐비는

양평 일대의 핫플레이스다.


저 멀리 운길산을 병풍 삼아

북한강이 흐르고

가끔 양수철교를 건너는 열차를

멍하니 바라보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배경음악이 되는

어느 가을날 오후 4시 풍경.


인생의 어느 순간에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시점이

딱 이 풍경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머물고 싶은 인생의 한 풍경


영화 <라라랜드>에서

두 남녀 주인공이 멋지게

탭댄스를 추는

LA의 그리피스 천문대 전망대와

양평 양수리의 수수 카페가

새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싶어

내 멋대로 이곳을 라라랜드 코스라

이름짓기로 했다.


두 자매는 이곳에서

탭댄스보다 더 멋진 호흡으로 발을 맞췄고

피부를 스치는 시원한 가을바람에 취해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


10월의 하늘이 멋진 어느 날,

오후 4시에 꼭 이곳에서

사랑하는 누군가와

보폭을 맞춰 걸어보면 너무 낭만적일 듯.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코로나 시국이라

인적이 붐비는 관광지를

그다지 선호하지는 않는다.


늘 붐비는 두물머리도

애초의 목적지는 아니었다.


그저 가을볕을 쐬고 싶어

산사를 찾아보려 이곳저곳 뒤적거리다

양평의 용문사가 1순위에 들어왔는데

날 좋은 가을에 가기에는

 많은 인파를 감내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찾은 또 하나의 숨은 명소가 바로

운길산 수종사다!


운길산 수종사


해발 600미터가 넘는 운길산 중턱에

두물머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절이 있다.


이 높은 곳까지 아이들을 어떻게 데리고 가나

고민하는 분들께 가장 중요한 꿀팁은!!!

거의 산 중턱의 절 입구까지

차가 올라갈 수 있다

중요한 단서를 드린다.


1459년(세조 5년) 창건된

500년 넘는 유서 깊은 수종사에는

세조가 오대산에 다녀오는 길에

종소리를 듣고 수종사를 복원하며

하사했다는

500년 수령의

굵기만 2미터가 넘는

은행나무 두 그루가

두물머리를 내려다보고 있다.


게다가

정혜 옹주(태조 이방원의 딸)를

추모하는 사리탑(보물 2013호)과

조선 유일의 팔각 모양의 탑(보물 1808호)이

보존되어 있을 정도로

볼거리도 풍부하다.


은행나무를 지나 절에 오르는 길목

 

일주문을 지나 절에 오르는 길은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는 방법도 있으나

조금 멀리 돌아 은행나무를 초입으로

들어가는 꽃길도 있으니

오르고 내리는 길이 달라도 좋다!


시원하게 펼쳐지는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풍경이

시선을 압도하고

숨 한 번 크게 내쉬어도 좋을 만큼

시원한 절간의 공기가

세간에 찌든 폐를 씻어준다.


두물머리를 내려다보고 절간에 앉아 크게 숨을 내쉬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어쩌면 수종사에서 바라보는

노을빛 풍경도

라라랜드의 그리피스 천문대 전망대의

노을빛 풍경에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더 압도할지도 모름)


나는 가을 냄새가 좋다

특히 산사에서 맡는 가을 냄새가

내가 경험한 으뜸의 가을 냄새다.

숲이 지닌 본연의 향기는 물론

전혀 인위적이지 않은

구수한 절밥 익어가는 향기,

대웅전 불상 앞에 피운 향 냄새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지면 더할 나위 없다.


산 위에 수종사가 있다면

산 아래 수수 카페가 있다.


워낙 맛집이 많은 관광명소라

저녁은 어디서든 해결해도 기본 이상이다.

교통체증을 감내할 자신이 있다면

두물머리의 유명한 연잎 핫도그

하나를 간식으로 챙겨도 좋을 듯.


비록 라이언 고슬링처럼

멋지게 탭댄스를 출 만큼

몸은 안 받쳐주더라도.


노을을 담았으니 됐다!



"아빠랑 딸이랑" (라라랜드길)

서울 → 남양주 수종사 → 두물머리(물의 정원)

→ 연잎 핫도그 → 두물머리 수수카페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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