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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14. 2022

[4] 폭풍 속으로  
- 영종도와 차이나타운

최악의 미세먼지를 나는 법

잿빛 하늘에

저 멀리 남산타워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무리 미세먼지가 안 좋은 날도

흐릿하게 남산의 형태가 보이는데

오늘은 바로 앞 단지마저

흐릿하게 보일까 말까 하는

그야말로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덮쳤다.


이 와중에 아이들을 데리고

야외활동을 나가는 건

정말 배드 패런츠라 불려도 할 말 없을 정도의

부모의 학대행위다.


그럼에도 나갔다.

한 2~3주 주말마다 집에서 쉬었더니

온몸이 욱신거렸다.


미세먼지를 뚫고 밖에 가자는

남편의 얘기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아내.

그 와중에 실내 갈만한 곳을 찾는 나.

결국, 타협점을 찾은 게

미세먼지와 코로나로부터 방어할 수 있는

거대한 돔이 있는 실내 식물원이었다.


주말마다 혼잡한 서울 식물원은 아니고,

집에서 40분 떨어진 영종도 공항 근처의

대형 돔 식물원 카페다.


연세커피연구소, 영종도


한국판 트루먼쇼의 무대라 불릴 정도의

약 1000평 규모의 거대한 에어돔 식물원 카페인

영종도 연세커피연구소!


입구에 들어가자마자

습한 아열대 기후가 느껴졌다.

야자수를 포함한 식물들을

이 정도 키우려면 어느 정도 습기는

감안해야지 하면서도

약간의 불쾌한 습도는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었다.

토끼, 고양이, 강아지 등 애완동물들이

관객의 먹이를 기다리고 있었고,

지금은 운영을 안 하지만 분수도 있고,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은 놀이터도 있었다.


그중 이곳을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모래사장'

가짜 모래가 아닌 진짜 모래다!

꽤 넓은 공간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옷이 더러워지는 걸 각오하고

바닷가 앞 모래사장에서 놀 수 있을 정도의

기분은 충분히 낼만하다!


모래놀이 최적의 장소!


반나절이 훌쩍 갔다.

집에만 있다 보면 답답할 게 뻔한데

아이들은 신나게 모래놀이를 한다.

동물들 먹이 주는 것도,

미끄럼틀을 타는 것도,

신나게 드럼을 두드리는 것도

아이들은 모두 신이 난다!


이 넓은 공간을 관리하는 인원이 적어

관리가 약간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요 며칠 골랐던 나들이 장소 중

가장 만족스러웠던 곳이었다.


인근의 맛있는 생선구이 집에서

허기를 채우고

나온 겸 저녁까지 먹고 들어가자는 생각에

인천으로 차를 돌렸다.


공항에서 집까지 돌아가는 코스가 아닌

송도 쪽으로 방향을 틀어

드넓은 바다를 건너는

인천대교 코스였다.


인천대교 (영종도 <-> 송도)

인천대교는 인천 국제공항과

송도 신도시를 바로 연결하는

총길이 12km의 우리나라 최장의 바닷길이다.


서해대교를 건널 적에도

어떻게 이렇게 바다를 연결하는 다리를

지었을까 기술력에 놀랐는데

그 다리보다 더 긴 바닷길에

새삼 다시 놀랐다.


물론 통행료는 5,500원으로

민자도로여서 저렴하진 않다.


영종도를 건너

우리는 월미도로 향했다.

오랜만에 바다 보며 산책이나 할까 해서

들어간 곳인데

이곳은 미세먼지와 코로나 여파를 전혀

받지 않을 정도로 사람이 붐볐다.


넘치는 인파에 주차 공간도 없어

결국 월미도 산책은 포기하고,

차이나 타운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차이나타운은 거의 격년에 한 번꼴로

백짜장을 먹고 싶어 오는 곳이다.


인천까지 오는 길이 꽤 막히는 구간이라

짜장면 하나 먹겠다고

선뜻 오기 쉽지 않은 관광지다.


저녁 먹기까지는 시간이 남아

차이나타운 인근의 자유공원을 돌다

문득 옛 정취가 느껴지는 한옥이

인상 깊어 들어갔는데

옛 시장님의 관사였단다.


지금은 시민들에게 개방돼

안에서 책도 보고 음악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는데

인천 앞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목 좋은 터에 멋들어진 한옥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고풍스러운 전 시장관사(인천시민애집)


오후 4시의 햇살이 따사롭게 내려쬐고

고풍스러운 한옥 안마당에 누워

풀벌레 소리와 재즈가 경쾌하게

어우러져 귓가를 울리고

감성 가득한 책들을 보고 있자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아이들도 이곳이 너무 좋았는지

자기 집 안방처럼 바닥에 누워

구비된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이 읽어달라는

동화책 주문은 끝이 없는데

5시 반이면 문을 닫아야기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관사를 나온다.


다음에는 조금 여유롭게 와서

이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도 좋겠다!




차이나타운은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중국집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주요 섭외지다.


그중 가장 유명한 '연경'이라는

5층 건물의 중국집.

다른 중국집은 자리가 텅텅 비었는데

이곳만 유독 대기를 받는다.


그만큼 맛도 좋다는 의미겠지?


최고의 중국요리!


시장이 반찬이었나.

게눈 감추듯 나오는 음식들을

순식간에 먹어치우는 아이들.


탕수육, 만두, 백짜장 등 주문량은

셋이 먹기에 부족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너무 맛있다면서

탕수육을 흡입하고,

백짜장 건더기에 밥을 비벼 먹었다.


만족스러운 저녁이다.


차이나타운이 전체적으로 보이는

창가에 자리 잡아

노을 지는 인천대교를 바라보며

포만감을 느끼니

오늘 미세먼지를 제대로 극복했구나 싶어

꽤 뿌듯한 일정이었다.


집에 가는 길이 아쉬워

공갈빵을 샀다.


그렇게 먹고도 돌아가는 차 안에서

바삭하게 튀겨진 공갈빵을

맛있다면서 먹는 아이들.


다행히 집에 가는 동안

행복한 콧노래를 부르며

만족스러운 주말을 날 수 있었다.


폭풍 속으로 떠난 여행.

꽤 괜찮은 코스였다!



"아빠랑 딸이랑" (미세먼지 길)

서울 → 영종도 연세커피연구소

→ 을왕리 꾸덕집(★★★★)

→ 인천대교 → 월미도(★)

→ 인천시민애집(★★★★★)

→ 연경(★★★★)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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