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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16. 2022

[5] 늦가을동화 -
연천 호로고루&파주 율곡 수목원

내 낡은 서랍 속의 가을


늦가을 저무는 해바라기


꽃이 피고 지는 것은 자연의 섭리일진대

고개 숙여지는 날을 견뎌내는

그 순간도 참 잔인하기 짝이 없더라!


노랗게 만개했을 해바라기 밭이

절정의 가을빛을 뽐내고

이미 시들어버려

우중충한 잿빛 하늘과 짝을 이뤄

마음을 허전하게 나누는구나




가을과 늦가을은 다르다.

햇살도 다르고, 하늘도 다르다.

가을날 울긋불긋 물든 산천과

늦가을에 떨어지는 낙엽은

체감온도부터 다르다.


가을날 파주 율곡수목원                                   늦가을 연천 호로고루   


위 두 곳은 거리가 무척 가깝다.

차로 15분 거리지만,

파주와 연천의 경계에 있다.


화장한 가을날 아이들 산책코스로

도토리도 주울 겸 들른 율곡 수목원.

어디든 돗자리 하나 펴고

간단한 다과를 준비해 가서 누우면

가을의 따사로운 햇볕을 쬐기

제격인 곳이다!!


반면 연천 호로고루에는

본격적으로 추위가 오기 전 늦가을 무렵

찾아갔기에 약간 우중충한 감이 있다.


굳이 이 두 곳을

가을과 늦가을로 비교하기에

약간은 무리수가 있지만


딱 그 철에 들러야

어울리는 코스라 굳이 구분 졌다.


9월말, 파주 율곡수목원


일단, 굳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서울에서 거리가 꽤 멀다.

문산을 지나 임진강 유역까지 와야

겨우 닿을 수 있는 곳이라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적다는 게

코로나 시국, 최고의 이점이다.


물론, 주말에는 어느 정도

인근 주민이나 멀리서 오는 분들도

꽤 있지만 어디든 자리를 펼 수 있을 정도로

붐비지 않아서 좋다.


아이들이 걷기에 꽤 안전하고

적당한 난이도로 구성되어 있고

무엇보다 유아들을 위한 숲 속 놀이터가

잘 꾸며져 있어 5세 미만 아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수목원이다.


굳이 가을날을 찾는 이유 중 하나도

수목원의 좋은 공기를 마시며

적당한 광합성을 하고,

적당히 도토리 줍는 재미도 있어

(물론 돌아올 때 다시 두고 오지만)

아이들이 무척 좋아한다.



11월 초, 연천 호로고루


내가 군 복무했던 연천은

한탄강 유역, 태고의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고

무엇보다 삼국시대 치열하게 영토전쟁을 했던

중부전선 최전방인 곳이라

고대의 유적도 꽤 많이 남아있다.

구석기 유적도 연천 전곡리에서

상당히 발굴됐고, 고고학적 가치도

꽤 큰 지역이다.


호로고루 성은

고구려 축성기술이 잘 보존된 유적으로

임진강 유역의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를

수호하고자 견고하게 쌓은 강안 평지성이다.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으로 인해

삼국사기에는 이 인근에서 벌어진

고구려와 신라의 전투기록이

여러 차례 기록된 것으로 전해진다.


기본적으로 요 정도만 알고 가도

아이들에게 아는 체 하기에는 적당하다.

호로고루 성은 오르기에 야트막한 성으로

올라가면 임진강 상류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호로고루 위에서 바라보는 임진강 풍경과

임진강 저편에서 호로고루를 바라보는 풍경은

사뭇 다르다.


약간 상류로 오르다 보면

고랑포이야기라는 꽤 오래된

카페가 있는데 딱 그곳에서

바라보는 호로고루 풍경이 일품이었다!


사뭇 다른 두 풍경



철 지난가을 여행의

늦은 기록이라

당시의 감상은

상상력에 맡겨본다.


늦가을의 호로고루는

불쑥 엄습해 온 추위도 있지만

저무는 해바라기와 지는 낙엽이

한층 감상에 젖어들게 만드는

만추의 매력도 있기에

10월 말 ~ 11월 초를 추천한다.




일 년 365일,

아이들과 함께하는 순간들은

너무 찰나처럼 지나가기에

굉장히 짧기만 하다.


아이들은 부쩍 자란다.

어느 순간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도 마다할 날이 오겠지.


그래서 더더욱 오고 가는

주말들이 아쉽다.


"아빠랑 딸이랑"

딸들이 마다하는 날까지

계속되리라.




"아빠랑 딸이랑" (가을동화 길)

서울 → 파주 율곡 수목원

→ 텍사스 바베큐(★★★★)

→ 연천 호로고루성

→ 고랑포 이야기 →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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