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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곤잘레스 파파 Feb 18. 2022

[1] 만들어진 민족주의 <한식>

'한식은 없다'

"치킨은 한식인가?"


논란이 많았던 치킨 논쟁

황교익 작가가 버럭 했던 때 묻은 논쟁이다.


그는 한식 진흥법의 조건들을

꺼내와 대입시켜보면

치킨은 한식이 맞다고 주장하며

그렇게 따지면 치킨, 피자, 스시 모두

한식이 될 수 있다며 비꼰다.


결국, 여론에 의해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K-FOOD

1위인 킨은 한식이 다.


멕시코에는 타코, 이태리에는 피자, 일본에는 스시.

그럼 한국에는 OOO가 있을까?


MB 정부가 1000억 가까운 정부예산을 써가며

영부인과 함께 숱하게 <한식의 세계화>를 외쳤던

일종의 세뇌교육의 영향으로

비빔밥, 떡볶이, 김치... 요런 음식들이 바로

동그라미 안에 들어가는 답으로

생각을 기우게 만들었다.


<한식>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누들로드>, <요리인류>, <한국인의 밥상>을

비롯한 정통 푸드 다큐멘터리에서

백종원의 영향으로 쿠킹 클래스가

주류가 됐던 푸드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마당에

한식 프로그램은 어떻게 색깔을 다르게 가져갈지

참 어려운 숙제다.




한식의 120년 사를 훑기 시작한다.

수십 권의 전문서적과 칼럼과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다.

전체적인 흐름은 읽히지만,

아카이브를 벗어날 방법을 못 찾겠다.

관념적으로 알고 있었던

세뇌된 민족주의 교육 속의 정답들이

틀렸다는 새로운 사실들을 접할 때마다

기획 단계의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어쨌든 지금부터

변죽을 울려볼 생각이다.  

한식 프로그램에 한식을 담지 않기로!!!

의식의 흐름이 어떻게 이어질지 모르겠지만

일단 고정관념과 민족주의부터 깨고

시작해보면 어떨까.


"한식은 없다" "만들어진 한식"


솔직히 한식이란 개념은

정치에 의해서, 돈에 의해서, 매스컴에 의해서

만들어진 민족주의다.


자료조사가 더 필요하겠지만

한식이란 개념이 생겨난 건 군부독재 시절

관변에 의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북한의 <조선 음식>과 차별화시키기 위해

일종의 반공을 의식해 만든 우리만의 개념이다.


박정희 정권에 이은 전두환 군사정권 역시

5.18 민주화운동의 참변이 벌어진 1년 뒤,

정권의 부도덕함을 감추려고

여의도에 <국풍 81>이라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열었다.


여기서 생겨난 개념이

지금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향토음식>이다.


전주비빔밥, 춘천 막국수, 충무김밥, 안동소주...

<8도 미락정>이라는 향토음식 전시회에서 나온

각 지방의 특색 있는 음식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고,

국풍 81에서 가장 성공적인 결과물로 남았다.


국풍81, 여의도 (1981)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육성하겠다”     


2008년, MB 정부는 이렇게 정통성이 애매한 한식을

세계화시키겠다고 거창하게 선포식을 열었다.

한식 세계화를 선도할 대표 품목으로

떡볶이, 비빔밥, 전통주, 김치를 선정하고

2009년부터 4년간 무려 871억 원에 이르는

정부 예산을 투입했다.


떡볶이 육성 사업에만 쓴 돈이 무려 140억 원이라는데

그때 만든 '떡볶이 연구소'는 어디 갔는지

통 소식이 없다.


몇 가지 정부의 정책들만 간단히 살펴봤지만,

<한식>과 <향토음식>과 <한식의 세계화>는 묘하게 닮았다.


민족주의만큼 결속력을 다지는 방법도 없다.

올림픽을 보면서 태극기의 웅장함을 품고,

월드컵 붉은 악마 함성이 시청 앞 광장을 뒤덮고,

촛불로 하나 돼 민주주의를 외치는 민족문화.


이런 민족주의를 잘 이용하면 '정치'가 되고,

'정치'를 잘 이용할 줄 아는 권력자들은

갖다 붙이기 쉬운 '한식'을 민족주의의 수단으로

충분히 이용해 먹었다.




고봉밥과 공깃밥


고봉(高捧)은 곡식을 되질하거나

그릇에 밥 등을 담을 때

그릇 위로 수북하게 가득 담는 방법이다.

위 사진처럼 조선 말기 밥그릇에 담긴 밥의 양은

480~640g가량에 달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쌀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자

군사 정권은 쌀을 아껴먹자는 절미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밥상을 통제한다.


공깃밥은 박정희 정부 때

쌀 소비량 감소를 위해 도입되었다. 


19731월, 서울시에서는 표준식단을 만들고

모든 음식점에서 돌솥밥 판매를 금지하고,

스테인리스 밥공기에만 밥을 담아 팔 수 있도록

행정명령을 발동한다.


음식점의 밥 양까지 통제하던 정부였다.   

1976년 지정된 규격은 지름 10.5cm, 높이 6cm였다.

이 그릇의 5분의 4 정도 밥을 담아야 했다.

어느 순간 음식점마다 공깃밥 1000원은

국룰이 됐다.


불과 50년 전이지만,

먹고살기 힘든 보릿고개 시기라

모든 물자를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이

미덕이 됐던 시대였다.


지금 MZ세대가 보면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 부모, 조부모들 모두 그렇게

젊은 날을 견뎌온 것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주 6일, 야근이 밥 먹듯 일상화됐던 게

그렇게 오랜 역사는 아니다.


<만들어진 한식>이란 주제로

서두를 시작하려고 했는데

설명이 꽤 길어졌다.




세계화된 K-Food


짜파구리, 불닭 볶음면, 비비고 만두, 김치 시즈닝...


민족주의와는 상관없이

이미 세계인의 식탁에

오르고 있는 한국인의 맛이다.


누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우연히 본 기생충 덕분에

우연히 좋아한 아티스트 덕분에

한국이란 이미지가 좋아져서 찾다 보니

그렇게 자생적으로 퍼진 신한류다.


문화란 그렇게 움직이는 거라고 본다.

국가 주도의 관변 사업이 아닌

풀뿌리처럼 자생적으로 성장하는

그렇게 눈, 코, 입.. 오감으로 전달되는

한식이란 그렇게 성장해가는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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