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어느날 갑자기 전염병처럼 눈이 멀게 되어 군인들의 통솔아래 어느 병원건물에 격리된 눈먼 사람들은 눈먼 사람들만이 방치된 그 작은 세상에서 자신들의 욕구와 권력에 또 다시 눈이 멀어 버린다.
그 안에서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았던 사람은, 아무도 보지 못하는 그 더럽고 잔인한 세상의 민낯을 온전히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세상 모든 사람들이 눈이 멀게 되어 이제 모두가 자신의 욕망과 권력보다 시력이 회복되길 원할 때
유일하게 자신의 눈이 멀게 되길 간절히 기도했는지도 모르겠다.
그 누구도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에서 나만이 유일하게 시력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축복받은 삶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모든 사람이 눈먼 세상에서 눈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여러분은 몰라요, 알 수가 없어요.나는 장님 나라의 여왕이 아니에요, 나는 이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려고 태어난 사람일 뿐이에요, 여러분은 그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죠, 나는 느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어요.
책을 읽고나서 영화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지만, 굳이 보고싶지 않았다. 책으로만 상상하는 눈먼 자들이 살아가는 그 답답함이 깨지기 싫어서 이기도 하고, 눈먼 자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바라보는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의 괴로움을 느끼기 싫어서 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