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왜 노잼도시가 되었나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 책은 대전이 언제부터, 그리고 무슨 이유로 '노잼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하는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대전은 여느 지방 도시를 대변할 뿐이며, 특정 도시의 문제를 다루기보다는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책 속의 문장인 "모방과 노잼은 긴밀히 연결돼 있다"가 이 책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듯하다. 창조를 위해서는 모방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우리나라의 지방 도시들처럼 모방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을 보면 본래 가지고 있던 고유한 특색을 잃어가며 점점 노잼이 되어가는 지방 도시들과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예전보다 살기 더 팍팍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낯섦'과 '새로움'을 포기하고 '익숙함'과 '똑같음'을 선택하는 듯해 왠지 슬프다. 각자가 지닌 본래의 모습은 점점 희미해지고, 모두가 서울이 되고 싶어 한다. 혹은 서울을 따라하지 않았을 때 돌아올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맹목적으로 서울을 따라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점점 노잼이 되어가는 이름 모를 지방 도시의 모습에서 우리 사회의 단면이 겹쳐 보인다. 하지만 그런 모방을 목적으로 하는 삶은 원본을 뛰어넘기는커녕, 결국 100%의 원본조차 될 수 없다.
우리나라의 각 지방 도시는 주말마다 여행객들을 불러 모으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얼마 전, 2024년의 가을을 기억할 만한 여행을 위해 강원도 정선의 파크로쉬 리조트에서 머문 적이 있다. 리조트 뒤편에 케이블카가 있어 떠나는 날 조식을 먹고 타러 갔지만, 하필이면 매주 월요일이 휴무라 이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크게 아쉽지는 않았다.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굳이 이곳에 올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정선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리조트의 사우나도, 다양한 건강 프로그램도, 멋진 카페도 아니었다. 기차역에서 지인을 만나 파크로쉬로 향하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 그 양옆을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온통 단풍으로 덮어버린 거대한 산맥의 모습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서울 사람들이 지방으로 놀러 가는 이유'는 서울에 없는 것을 찾기 위해서다. 서울에는 없는, 수면 위로 빽빽한 건물이 보이지 않는 바다와, 정상에 올랐을 때 회색 콘크리트와 뿌연 하늘이 아니라 가을 단풍으로 온통 물든 세상을 보러 가는 것이다.
나는 '서울'에서도 '지방'에서도 대학 생활을 해본 경험이 있다. '서울러'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환경과, '지방러'들이 더 많은 환경을 모두 경험한 나의 좁은 시야 속에서 두 그룹 간의 차이점을 느낀 적이 많았다. 인상 깊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사투리와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다.
창원에서 평생을 살다가 성인이 되어 처음 서울로 올라온 친구가 있었다. 누가 봐도 억양이 강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친구였지만, 정작 본인은 서울에 와서 사투리가 많이 고쳐졌다고 생각했다. 방학마다 고향에 내려가면 친구들이 "임마, 스울아 다 됐네"라며 서울 깍쟁이 취급을 했고, 학기 중에는 서울 친구들에게 "사투리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기지만, 왠지 모르게 그 친구가 떠올랐다.
나는 모방을 목적으로 하는 삶 자체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우리가 맹목적인 모방 속에서 각자의 개성과 정체성을 잃어가는 삶을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에서 다루는 '지리적 능력'이라는 개념처럼, 우리 모두가 스스로를 더 탐구하고 각자의 개성을 더욱 발전시켜 노잼 인생이 아닌 대유잼 인생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