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 후 취직까지-3
구직활동 이후 2주 만에 A건축사사무소에서 첫 면접을 보고 나오는 길에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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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P건축사사무소 P소장입니다.
저희 회사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리며, 시간 괜찮을 때 한번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
혹시 이번 주 중에 사무실에서 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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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건축사사무소와는 다르게 이곳은 내가 지원메일을 보낸 지 2주가 넘었던 곳인데 이런 타이밍에 연락이 오다니,
지원한 날짜도 전혀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면접일정이 자연스레 연결되는 일이 생기지? 하며 무척이나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내일 바로 면접을 볼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P건축사사무소는 A건축사사무소보다는 멀었으나 이곳도 집에서 지하철로 3-40분 정도만 가면 도착하는 거리에 위치한 곳이었다. 마침 근처에 4학년 당시 겸임교수님이셨던 분의 사무소가 있어, 면접시간보다 일찍 가서 인사를 드렸다. 근황을 여쭤보니, 역시나 경기가 어려워져 현상공모를 1년 넘게 진행하고 있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떻게 찾아오게 되었느냐는 질문에 사실은 근처 건축사사무소라는 곳에 면접을 보러 왔다고 말씀드리자 어느 곳이냐고 되물으셨다.
"P라는 건축사사무소입니다."
생전 처음 들어본다며 교수님은 핸드폰으로 회사 홈페이지를 검색해 들어가 보셨다.
"홈페이지에는 건축사사무소의 이름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데? 뭐야, 왜 이래?"
"아 그 글자를 눌러야 들어가지더라고요."
"쉽지 않군.. 어? P소장 사무소구나? "
"...! 아시는 분이세요?"
교수님은 근처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젊은 소장들끼리 분기별로 가끔씩 모임을 진행한다는 말씀을 하시며 P소장은 그 멤버 중 한 명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거기서는 내가 가장 나이가 많지.. 아 P소장 네 건축사사무소 이름은 전혀 몰랐었네. 그렇게 친한 편까진 아닌데, 그래도 가끔씩 근처에 여러 건축사사무소 소장들이랑 함께 보는 사이지. 전에 듣기로는 무슨 ㅁㅁ프로젝트한다고 하던데.. 그런 거 넌 재미없지 않아? 근데 그 친구 성격이 되게 조용해서, 둘만 있을 때 좀 숨 막힐지도 몰라."
농담처럼 말씀하시긴 했지만 조금 걱정이 되었다. 우선 법적인 이유에서 5인이하의 건축사사무소는 최대한 가고 싶진 않았다. 걱정 한가득 안고 면접시간이 거의 다 되어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고 P건축사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은 역시 작은 상가건물에 위치해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역시나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너무 고층에 위치한 곳은 아니라는 것 정도. 사무실에 들어가니 공간이 굉장히 넓었고 건물 전층을 쓰는 곳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원래는 여러 회사가 함께 쓰는 공간이었으나, 경기가 어려워져 이 넓은 공간을 두 세 곳의 회사만이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입사하게 되면 하게 될 ㅁㅁ프로젝트도 그 사무실에서도 많이 해온 일이 아니라 불경기로 인해 생계가 급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게 된 프로젝트인 것 같아 보였고, 그 프로젝트를 통해 그와 비슷한 프로젝트들을 계속해볼 참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처음 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직원은 2명뿐이고, 소장님은 근처 대학교의 겸임교수일을 병행해야 해서 항상 회사에 있지도 않은데 과연 일이 잘 진행될까? 걱정스러웠다. 면접에서 들었던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거의 교수님과 했던 대화에서 다 아는 내용이었다. 둘만 있으면 숨 막힐지도 모른다는 말도 포함해서 말이다.
내가 소장님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나면 2-30초 넘게 정적이 흐르는 시간이 많았다. 무언가 혼자서 골똘하게 생각하시는 시간이 많으셨다. 소장님은 굉장히 젠틀해 보이셨는데 다만 무척이나 신중한 성격 같아 보인다고 할까. 질문이 있냐는 말에 나를 면접에 부른 이유에 대해서 여쭤보았다. 본인도 근처 대학에서 겸임교수를 하고 있는데, 첫 직장이 겸임교수님의 사무소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는 이야기와 R건축사사무소에서 했던 프로젝트가 이곳에서 전에 하던 프로젝트들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는 점이었다.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렸다.
더 궁금한 것이 없냐고 물어보셔서 얼마나 많은 인원들이 지원했고 면접은 몇 명 정도 보고 있는지 조금 예민할 수 있는 물어보았다. 30여 명 정도가 지원했고 현재 5명 정도 면접을 신청했다는 말을 들었다. 작은 건축사사무소임에도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은 사무소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지원하고 있다니. 또 다음으로 든 생각은 다음에도 이런 질문을 하면 나의 포트폴리오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박면접으로 숨 막히는 것이 아닌 조금 다른 의미로의 숨 막히는 면접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는 눈이 펑펑 내렸다. 앞으로 가기가 어려울 정도여서 근처에 있는 건물의 처마밑으로 지나다녔다. 이 회사를 다니게 되면 이렇게 눈이 펑펑 내리는 험난한 길을 혼자서 헤쳐나가야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주가 되어도 합격여부 연락이 오지 않아서 확인문자를 보내보았다.
-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면접을 본 kjh입니다. 합격여부에 대한 연락을 받지 못해 확인 차 연락드립니다.
- 조금 늦어지고 있어 아마도 다음 주 중에는 연락을 드릴 것 같습니다.
알겠다고 연락을 기다리겠다는 답장을 드렸으나 답장은 오지 않았다.
정말 신중한 소장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