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먹고 싶은 거야.
빛깔이 좋은, 반질반질한 그런 사과.
누군가 정성스레 닦아 놓은 것 같은 빨강.
개운하고 맑은 아침 같은,
그런 사과 말이야.
집을 나섰어.
완벽한 사과를 먹기 위해선 과도가 필요했어.
찌는 더위에 걷기가 힘들었어.
하지만, 과도가 필요하잖아.
이 마트, 저 마트를 가도
내 사과와 어울리는 과도가 없어.
헤매다가, 찾은 거야.
어두워진 길을 보며 생각했어.
고집일까, 집착일까, 착각일까.
집으로 돌아와서
그다지 만족스럽지도, 멋지지도, 비싸지도 않지만
애써 찾은 과도를 꺼냈어.
그런데, 사과가 없는 거야.
난 과도로 키위를 깎아.
사과가 먹고 싶었는데… 생각하면서.
오른손으로 과도의 나무 손잡이를 잡고
왼손으로 천천히 키위를 돌려.
나무 손잡이는 관리가 어렵겠지.
곰팡이가 생기겠지.
사과를 깎아야 하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