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me Apr 16. 2023

광고 에이전시, 어떤 곳일까?

날 아프게 한, 광고 에이전시의 첫인상


글로벌 광고 에이전시인 현 직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10개월이 흘렀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는 5년 정도 되었다. 나는 에이전시가 어떤 곳인지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이야기하기 힘든 대리 나부랭이에 불과하지만, 내가 지금까지 일하면서 느낀 에이전시에 대한 인상을 적어보려고 한다.


첫 회사도 광고대행사였다. 사원들이 30명 남짓 되었던 중소기업이었다. 나름 네임벨류가 있는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었지만, 10개월 정도 일하다가 관뒀다. 이유는 임금체불이었다. 경영이 불안해진 회사는 25명 가까이 되는 사원에게 임금체불을 하게 되었고, 전원 퇴사 후 다른 이름으로 세탁해 지금도 살아남아 있다고 한다. 그 회사를 그만두고 다시는 광고업계에 발 들이지 않겠노라, 다짐했건만. SNS 운영 및 콘텐츠 기획, 매거진과 브로슈어 기획편집 등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사회 초년생 치고는 10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 와서는 나름의 밑거름이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시 내 나이는 고작 24살. 매거진 마감이라고 선배들 옆에 붙어서 새벽까지 야근하고, 지방 취재와 주말 근무까지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해보고자 애썼는데 나에게 돌아온 건 '임금체불'이었으니.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던 것 같다.

그때부터 깨달았지. 이 세상은 전쟁터다! 열심히 하는 것과 그에 따른 보상은 비례하지 않아!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참새 같은 마음의 신입사원이 어찌나 독한 마음을 품으려 했던지. 그 마음이 너무 버거워서 나는 많이 아팠다. 어른들은 알았을까? 진심으로 버텨보고자 했던 그때 내 마음. 

그 이후로 출판사 마케터로 취업했고, 광고 업계는 생각도 하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거기는 진짜 절대 안 돼' 했던 굳은 다짐은 나의 직무 전문성이 너무도 빈약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금세 무너졌다. 나는 평소에도 망각을 잘하는 편이긴 하다. 


디지털 마케팅이 중요할까?


5년 전만 하더라도 디지털 마케팅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 가벼운 일 정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사람들이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면서 어떤 브랜드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는 가장 중요한 마케팅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실은 나도 첫 회사 생활을 시작할 때 '디지털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대한 회의를 품었다. 그 분야의 역사는 매우 짧았으며, 그만큼 깊이와 전문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사람들은 새로운 소셜 매체를 빠른 속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의 형식이 깨지고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것이다.

현재 담당하고 있는 브랜드의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대규모 클라이언트이다. 마케팅과 브랜드 이미지에 관련해서 아주 민감한 곳이다. 나는 전혀 관심이 없던 f&b 브랜드의 디지털 마케터가 되었다. 에이전시에서 내가 어떤 분야의 브랜드에서 일하느냐 하는 것도 생각하기 따라서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내가 그 브랜드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고, 브랜드 및 소셜 마케팅에 어느 정도의 기여를 했냐 하는 것이다. 


소셜 마케팅의 핵심은 '소통'이다


소셜 마케터는 브랜드의 소셜을 운영하면서 유저들과 브랜드로써 소통한다. 이 '소통'이란 단어는 이 시대의 마케팅에서 매우 핵심적인 단어가 되었다. 유저들의 성향과 행동 패턴을 데이터로 파악하고 그들의 행동에 적합한 방식으로 브랜드의 이미지를 전달해야 한다. 그들의 심리를 데이터를 통해 들여다보는 것은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소비자는 매우 까다로우며, 변덕스러운데 우리는 그들의 패턴을 파악하기 위해서 일관된 데이터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일관된 데이터와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찾았을 때 희열을 느낀다.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저 그런 콘텐츠이며, 어쩌다가 가끔 흥미로운 광고이겠지만, 수많은 과정을 거치고 탄생한 결과물이다. 그래서 어떠한 소비자의 마음을 얻었고 브랜드 로열티가 형성되는 결과를 데이터를 통해 확인하고, 그 이후의 전략을 짜야하는 것. 그게 소셜 마케터로서의 삶이다. 어떠한 일이든 그렇겠지만 끝없는 과정을 헤매게 되는 일.


에이전시 업무에서 가장 관건, 그리고 가장 어려운 일. 이번에는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이다. 나는 아직 에이전시의 경험이 깊지 못해 광고주의 심리를 잘 알지 못한다. 광고주의 심리도 소비자의 심리처럼 데이터화해서 공부해야 하는 것일까? 다양한 광고주가 있고 담당자가 있지만 그들마다 일하는 방식과 성격이 다르니, 그것이 에이전시의 업무와 앞날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현재 나와 일하고 있는 광고주는 다양한 에이전시, 담당자들과 소통하는 광고 업계 경력도 화려한 내공의 소유자이다. 그의 입맛을 맞추고 만족을 시키기란 쉽지 않으며 가끔은 동등한 입장에서 일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니 부담이 크다. 하지만, 그의 말에 끌려다니기보다는 나의 인사이트와 결과를 명확하게 전달하며 그를 설득해야 한다. 그게 지금 에이전시의 주니어로써의 가장 큰 과제이다.


공허하지 않은 다짐이길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5년이 흐르고 난 뒤에서야 일을 제대로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이 에이전시 생활이 내 삶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만 같다.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에이전시는 나를 또다시 변화시킨다. 어쩌면 나는 '불합리' 보다 '변화'를 더 두려워했는지도 모른다. 과거의 상처를 핑계 삼아 살아가지 않아야지. 이번 에이전시 생활 속에서는 이전과는 좀 다른 다짐을 해본다. 


이렇게 업무에 대한 고찰과 푸념을 늘어놓고 보니, 객관화되기는커녕 잘 모르겠어서 더욱 막막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광고 에이전시인들이라면 나의 글을 50% 정도는 이해하겠지? 누군가는 이 글을 공감하고, 나와 함께 공허하지 않은 다짐을 하길 바라며, 그럼 이만! 






  


 






 





작가의 이전글 쎄미 라이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