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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아솔 Dec 05. 2022

영어수업을 외국인들에게 라이브스트리밍하기 시작했다.

내 과거 영어 공개수업들을 보면,

게임하고, 역동적으로 활동을 진행하고, 꺄르르 웃다가 수업이 끝나는. 

물론 연출된 장면들이었다. 해당 차시를 그대로 리허설 하지는 않지만, 단원의 기본들을 어느 정도 준비시켜놓고, 해당차시에는 새로운 쉬운 정보를 제공하고 수업을 진행했다. 그게 내 기억속 영어수업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꽤 흘렀다. 올해 우연찮게 6학년 영어수업을 담당하게되었고 문득 내 교직경력을 셈하다 보니, 올해가 10년차였다. 예전 전문가가 되려면 필요한 1만시간의 법칙이 유행했었는데, 내가 그 1만시간을 채운사람이었다. 헐,,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초등은 여러 과목이 있어서 모든과목을 마스터 하기란 사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도 꽤 관심있고, 자신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과목이 영어인데 내가 잘 가르고 있나? 하는 것에는 물음표였다. 어느날 공문을 보았다.


수업 챌린지였다.


한 번 신청해봤다. 그런데 주변에 물어볼 사람이 없더라. 다들 영어에 관심이 없거나, 수업은 알아서 하는 거지 나처럼 10년차 정도 되면 물어볼 때가 마땅치않다. 교직에는 수석교사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지금 하루하루를 겨우 학급경영과 수업을 겨우 넘기고 있는데 수석교사님을 연락을 해서 찾아뵙고 수업을 연구할 여력이 없다. 예전에 어느 영어수업 동아리에 갔었는데 그것도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아주 열정적이고 역량 있는 선생들이 아이들을 잘 훈련해서 수업을 해 나가고 계셨다. 

나는 매일매일 누구나 조금씩 노력해서 더 나아지는 수업을 하고 싶었다. 아니면 준비가 좀 덜 되도 좀 괜찮아지길 바라는 나의 게으르고 안일한 마음일 수도 있었겠다. 그렇지만 초등 특성상 해야 할 게 너무 많은 상황에서 좀 더 나은 수업을 만드는 한 발자국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흠 그래도 연습은 해봐야 좋겠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이 안오네.'


그러다 외국인 친구가 추천해준 'Hello Talk'이라는 어플이 떠올란다. 외국인들과 언어교환하는 어플. 이 어플에서 라이브스트리밍을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유투브 라이브스트리밍은 불특정 다수이지만 언어교환 어플에서는 모두가 언어를 배우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어려움들을 잘 안다. 그래서 모두들 아주 아주 친절하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좋다고 한다. 부모님들도 내가 하는 것을 지지해주는 편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문제는 나였다. 나름 오픈된 사람이고 생각했는데 수업을 공개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통이 생기고 마치 옷이 발가벗긴 느낌이었다. 교육청에서 연락이 왔다. 수당지급을 위해 촬영을 하겠다고 한다. 촬영? 헐, 그럼 길이 길이 남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물러설 곳이 없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라이브를 해보았다. 그리고 놀랐다. 너무 많은 외국인들이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그리고 미국, 영국 등 몇몇 영어교사들에게 고맙다는 장문의 메시지를 받았다. 한국에서 진행되는 영어수업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나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신기했다. 부모님들이 라이브를 보면 싫다고 투정 부렸을 아이들이 외국인들에게 칭찬을 받기 시작하니 기분이 좋았나 보다. 그리고 지금 눈 앞에 없지만 지구 어딘가에서 자신을 보면서 채팅글을 보내주는게 재밌었나보다. 나는 외국인들도 아이들도 좋아하한다는 것을 알고, 계속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는 수업챌린지 수업공개는 크게 안중에 없었다. 그냥 평소 하던 수업을 그대로 진행했고, 영어시간마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평소 태도가 좀 안 좋은 학생들은 라이브 방송을 왠지 싫어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평소의 장난끼가 수업시간의 윤활제 작용을 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 이유들을 되짚어봤다.


1. 실제 자신들이 배우는 언어를 현지인에게 말하니 신기해한다.(개별 혹은 짝활동을 연습시키고 발표를 라이브 스트리밍 한다.)

2. 외국인들은 아이들을 무조건 칭찬한다. (일부 부모님들처럼 너는 왜 목소리가 작니, 발표를 안하니, 발음이 그러니가 일체 없다.)

3. 내가 평소보다 좀 더 열심히 한다.(아무리 평소 수업을 공개처럼 한다고 해도 공개수업과 평소 수업을 하는게 다르더라. 한 마디라도 더 신경써서 하고, 좀 더 친철한 말과 행동이 나오더라.)


그리고 나는 그 이후로 지금까지 약 20회정도 공개수업을 진행했다. 일년에 많게는 4번하는 공개수업을 2학기들어서 20회를 진행했다는 건 되게 신기한 일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1. 전 세계 영어권 비 영어원 사람들 및 영어교사들이 긍정적 피드백을 준다. (때론 부정적인 견해도 있다. 초상권, 그리고 교육효율성에 대한 언급 이 부분은 다른 원어민들이 대신 논쟁해줘서 고맙기도 했다.)

2. 수업이 좀 더 잘 된다. (아이들에게 긴장은 주지 않고, 재미있는 놀이요소처럼 작용하는 것 같다.)

3. 수업이 끝나고 나 혼자지만 꽤 뿌듯하다.(교실엔 어른이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공개수업이니)

4. 수업 끝날 때마다 팔로우가 는다.(유투브처럼 팔로워제도가 있다. 응원해주는 사람이 많아지는 기분?)


공개수업도 이런방식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1. 내 수업을 내가 속해있는 분야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이 살펴보면 어떨까? 

2. 무조건 칭찬한다.

3. 수업 공개마일리지 제도를 만들어서 커리어에 긍정적인 도움을 준다.



영어와 영상을 좋아하는 교사가 경력이 조금 차면서 느껴지는 편안함과 더불어 느껴지는 안일함 사이에서 조금씩은 발전하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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