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아솔 Sep 19. 2022

우리는 다른 사람의 노력을 재능으로 쉽게 치환한다.

"같이 교환 일기 쓸래요? 나는 영어로, Ozi는 한국어로"


Ozi는 고민도 하지 않고, 


"좋아요!"


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12월부터 코로나가 발생해서 우리가 할 수 없는 것들이 참 많았다. 그렇지만 돌이켜보니 그 덕분에 얻은 귀한 인연이 있다. 

바로 Ozi다. 


흑인, 여성, 20대 초반, 한국어 공부한지 1년 반 정도 된, 올해 초부터 비즈니스 컨설턴트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랑 시차가 15시간이 나는 캐나다 Calgary에 살고 있는 친구. 저 시차때문에 내가 저 친구에게 감동 받았었다.


나는 2020년도부터 줌으로 언어교환을 하기 시작했다. 언어교환을 간단히 설명하면 

1. 일정한 시간동안,

2. 내 모국어를 가르쳐주고,

3. 상대방의 언어를 배운다.


그러는 과정에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친구가 되고 관계를 이어가고, 공부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조력자, 페이스메이커, 동반자를 얻게 된다. 


처음 Ozi를 온라인 화상회의 플랫폼 줌을 통해 만났을 때 놀랐던 게 이게 아닌가 싶다.  

1. 현지시각 새벽 5시에 온라인 줌 모임에 참여했다는 점.

2. 한국어를 정말 잘한다는 점.

3. 한국어를 배운지 1년 반 밖에 안되었다는 점.

4. 한국에 한 번도 안 왔다는 점.


언어학습에 대한 한국인의 선입견을 모조리 날려버리는 친구였다. 온라인 모임은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많은 한국인들이 많다. 그런데 외국 줌 모임을 새벽에 접속하는 저 패기. 한국어는 어떻게 또 그렇게 능통한지, 한국 드라마, 영화의 영향이 무섭다. 한국어를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게 대화와 공부흔적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을 정말 오고 싶어했다. 


그리고 우리는 2021년부터 함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매주 온라인 언어교환을 했다. Ozi는 15시간의 시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리를 지켰다. 나도 그 덕분에 피곤하고 참여율이 적은 날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어느 날 교환일기를 제안했었고, 우리는 꾸준히 하지만 듬성듬성 일기를 교환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이 친구가 진심으로 한국어의 아름다움과 배우는 재미에 빠졌고, 정말 잘하고 싶어한다는 것을. 어느 일기장에는 이런 표현도 있었다. 한국말 초보 팟캐스트를 듣고 하나도 이해가 되지 않아 울어버렸다고 한다. 신기하다. 20대 초반의 외국인 여자애가 생전 가보지 않은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 한다는 이유로 울어버린다는 거. 왜 그랬을까? 나중에 서서히 알게 되겠지. 그렇지만 이 친구가 사용했던 여러가지 언어학습 방법을 들었다. 우리가 아는 거의 모든 방법. 드라마보고, 책 읽고, 언어교환하고, 기록하고, 복습하고. 끊임없이 부단히 즐겁게 하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 언어학습자도 열심히 하는 사람들 많다. 그런데 항상 더 해야 하는데 더 해야 하는데 하고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스스로 

'잘하고 있어. 잘하고 있어.'

라고 격려해줘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가끔 이 방법만이 옳아라고 고집하기 보다는 때로는 황당해 보여도 한번씩 새로운 방법을 적용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내 주변에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모여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Sadia가 떠나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