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곳 토론토에 왜 왔을까. 5년전에 왔을 때 친구들도 많이 사귀지도 못해서 토론토에 오라는 사람도 딱히 없었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교육공무원인 내가 돈이 남아 도는 것도 아니고, 2023년 기준 세계 물가지수 27위인 토론토에 올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는 물가지수 92위인 서울도 이미 충분히 벅찬데 말이다.
그리고 나는 토론토의 도시의 작은 고시원 같은 곳에서 겨울은 춥고 봄부터는 빈대가 출몰 하는 20년도 더 된 방에서 살면서 왜 행복을 느끼고 있던 걸까?
교육공무원은 다른 직군에 비해 퇴근시간이 빠르고 여름방학,겨울방학이 있어 나름 선진국 복지요소를 갖추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교사의 큰 기쁨 중의 하나. 물론 행동조절이 되지 않는 아이들을 다루거나, 일부 학부모님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그리고 과한 민원, 교직의 특수성과 폐쇄성이 10년넘게 교직에서 일해오고 있지만 어려운 영역이긴 하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좋아하는 영어와 영화를 하면서 조금 불편하지만 정신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는 일들을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교직에서 대다수가 공감하는 것들이 있다.
‘교사들이 시작을 좀 무겁게 생각해서 그렇지, 막상 하면 잘 해.’
나도 이 말에 동의한다. 그래서 나 스스로 확인해보고 싶었나보다. 실제로 정말 잘 하는지.
나를 돌이켜보면 주변 동료 선생님들과 비교했을 때 내가 좀 더 아이들과 좀 더 친근하게 지내거나 기계를 좀 더 능숙하게 다른 경우는 있지만 내가 참 수업을 잘해 내가 참 교육행정을 잘해 라고 생각해 본 적은 정말 많지 않다. 하지만 10년 동안 교직 생활을 하고 거기에서 배운 게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다. 많은 교사들 특히 초등 교사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그만두고 사회 나가면 고졸이야 할 수 있는 거 아무것도 없어.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직군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습득하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 그 직군에서는 어떤 특정 역량이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내 경험으로 보면 초등학생들을 다루는 초등 교사들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 보다 탁월해진다. 왜냐하면 교사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마음을 다독이지 않으면 그 아이들은 교사 말을 듣지 않는다는 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소한 약속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 약속이 교사와 학생과의 감정을 쌓아주고 신뢰를 올려주는 작용을 한다는 것을 오랜 교직생활을 통해서 몸을 체득했다.
아참, 친구들이 나한테 스피치를 잘 한다고 하면 한국에서 교사는 이 정도는 다들 이래 라고 웃으면서 남겼다. 물론 내가 편하게 스피치를 잘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랜 훈련으로 떨리는 것을 잘 감추는 법을 알고 있다고 해야하나. 혹은 떨릴 때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상황을 돌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훈련이 되었던 것 일수도.
그렇다. 교직에서 오랫동안 나름 열정적으로 살아오면서 분명 무언가가 나에게 남겨져 있을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토론토에 왔던 것 같다.
발표 수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