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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독하는 캔버스 Oct 27. 2023

[미술이야기] 외면外面, 샐리 스토치


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사람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 아니에르노/ 단순한 열정 中


샐리 스토치Sally Storch는 미국의 내러티브 장면 화가이자 

스토리텔링에 능통한 작가입니다.

이러한 작가로서의 면모는 그녀의 그림에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보는이에게

내러티브(일련의 사건들을 일정한 맥락에 따라 일관되게 연결하여 구성한 이야기)를 느끼게 합니다.



그녀는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의 예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작품 속 도시의 여인들은 감정이 없는 듯 무표정한 모습으로 자리해 있고,

정적이면서도 절제된 장면의 연출은 

도시의 고립과 적막, 고독을 묘사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고독하나 고독하지 않은 상태'를 연이어 나타내고 있습니다.

작품 속 인물들을 서로 연결된 존재가 아닌 무관한 존재로 표현하며

'고독함'은 '함께'를 인식할 때 느낄 수  있는 것임을 이야기해 주는 듯 합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그림에 강한 단순성을 추구하며 빛과 그림자를 사용합니다. 

작품 속 빛과 그림자는 낭만이나 따스함을 느끼게 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오히려 우리의 일상과 마음에 스며든 '빛과 그림자'라는 연상을 하게 합니다. 



샐리 스토치Sally Storch의 그림 속 여인들은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기다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아이러니를 느끼게 합니다.


그녀가 자리한 공간은 누군가를 향해 가는 길인 듯.

누군가를 맞이하는 듯. 누군가와의 추억을 남기고 싶은 듯 하지만...

 그 모든 열망을 외면하며 홀로 우두커니 자리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기다림을 외면하는 것만이

지금을 버티고 견디게 해주는 힘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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