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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독하는 캔버스 Nov 11. 2023

[미술이야기]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작가 정영주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가 정영주는 2006년부터 도시 사이에 보이는 판자촌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녀의 작품 속 판자촌의 모습은 특정 지역의 풍경이 아닌, 

그녀가 어린시절 경험했던 기억들을 꺼내어 완성한 것이라고 합니다.  


정영주 작가는 캔버스에 종이(한지)를 붙여 작업합니다. 

종이를 오리고 붙여 산과 집의 형상을 완성하고 아크릴 물감을 수십차례 올려 

그림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무수히 거듭된 붓질로 전체적인 풍경을 이루어내고 

마지막 작업인 '불빛'의 표현을 통해 생동감과 온기를 전하는 풍경을 완성합니다.



정영주 작가는 '판자촌 그림에 대한 영감은 자신의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받았다'고 말합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온지 10년이 되었을 무렵, 고층 건물들 사이로 허물어질 듯 

자리하고 있던 판자촌의 모습은 마치 자신의 모습과 같아 보였다고 고백합니다.

 저마다의 소소하면서도 소중한 기억을 품고 있는 곳이 사라져야 할 존재로 취급받는 현실....

 

그리고 판자촌을 주인공으로 만들어 가치 없는 것이 아님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서로 비교하지 않았던, 따뜻했던 그녀의 어린 시절의 기억과 행복은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녀의 그림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습니다. 집 하나하나를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작업하는 그녀는 불빛을 그려 넣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작품 속 불빛은 곧 희망이고, 생명을 주는 것들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한지가 빛을 흡수하는 것처럼 따뜻한 마을이 나를 흡수하듯 받아들이는 모습을 떠올려 본다.

지치거나 힘들 때 언제든 돌아가면 받아주는 마음 속 고향같은 느낌이 좋다.

따뜻함과 고요한 안정감 같은 것이다. 이러한 표현을 통해

인간에게 진정으로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를 한번 쯤 생각해보게 하고 싶다."



정영주 작가의 그림은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라는 시를 떠오르게 합니다.

한껏 누군가를 따뜻하게 한 연탄재(연탄재로 상징되는 그 무엇)를 

쓸모 없다고만 볼 타당한 근거가 우리에게 있을까요?

그것은 각자각자의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영주 작가가 전하는 판자촌과 같은 것, 연탄재와 같은 것. 

그러한 것들을 여러분 가슴 한 가운데에도 하나씩은 가지고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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