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gito, ergo sum

by 구찬우

대학생활에서 무언가를 나는 기대했을까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 힘들다. 아무런 목적과 목표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생활에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분명히 아니었다. 모든 건 김민미 그녀 때문이었다.


나는 아줌마, 아니 심재연 교수를 찾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언제나 나는 김민미와 함께 있었고 그녀에게 심교수를 만나고 오겠다고 했다.


“왜?”


그녀의 눈빛에서 이상함을 감지했다. 놀람, 의문 혹은 당황과는 거래가 먼 반응이었다. 그것은 분명 ‘원망’에 가까웠다. 반응의 맥락이 맞지 않다는 것은 내가 모르는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다녀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뭔데? 같이 가.”


나는 나를 따라오는 그녀를 뒤돌아보지 않고 가버렸다. 심교수의 사무실 앞에서 노크를 하였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학과 사무실에 찾아가 심교수와 면담을 하고 싶다고 얘기하니 사무실에 있으니 가보라고 했다. 다시 심교수의 사무실에 가서 노크를 하니 심재연 교수가 문을 열었다. 문을 연 심재연 교수는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한참을 말없이 나를 바라보던 심재연 교수는 나의 머리를 쥐어박았다. 그러더니 한없이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안아주었다.


“야이 놈아. 연락도 안 하더니 잘 지냈어?”


찾아온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나였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심재연 교수는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저를 기억하고 계시네요. 감사합니다.”


“널 어떻게 내가 잊어. 내 품 안에서 잠들었던 널 내가 어떻게 잊어. 응? 한국에 돌아왔으면 나에게 잘 왔다고는 했어야 되지 않아? 아줌마가 얼마나 연락을 기다렸었는데 말이야. 그래 잘 찾아왔어. 많이 컸네? 뭐 하고 지내?”


“저 인문학부에 올해 입학했어요. 교수님 수업도 듣고 있어요.”


심재연 교수는 나의 머리를 다시 한번 쥐어박았다.


“이 놈아. 그러면 더 빨리 찾아왔어야지. 두 달이나 지나서 찾아오니?”


나를 채근하는 말과는 다르게 그녀의 얼굴에는 조금의 노여움이 없었다. 그녀의 표정은 기쁨이었다.


“교수님께 상의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데? 이 쪽에 앉아. 얘기해 봐.”


그녀는 책상 앞 소파에 나를 앉혔다. 나는 소파에 앉아 내 속에 있는 얘기들을 했다. 누군가에게 나의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던가. 아마 처음이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하고 2개월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느꼈던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방향성도 없고 한 아이에게 종속되어 있는 지금의 생활이 맞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해버렸다. 그리고 목표도 없고 내가 무얼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녀는 진지하게 내가 하는 얘기를 오랫동안 들어주었다.


“목적이 없다는 건 자연스러운 거야. 적어도 한국에서는 더 그렇지. 대부분의 교육학에서는 청소년기, 우리가 사춘기라 부르는 그 시기를 자아성찰의 시기로 정의하고 있어. 하지만 실상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아. 그 시기 대부분의 한국의 아이들의 목표는 하나야. 바로 대학이지. 대학자체가 목표였기 때문에 입학 후에 목표가 없는 건 너의 문제 만은 아니야. 물론 주위에 보면 뭔가 자기가 정해놓은 목표를 향해 치열하게 공부하는 아이들도 있을 거야. 어쩌면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몰라. 많은 학생들이 다음 목표를 취업으로 하고 있어. 그다음의 목표는 뭘까? 영생을 할 만큼의 재산을 축적하는 것? 보통 다 그렇게 살아가. 걱정할 필요는 없어. 목표가 없다면 오늘 할 일을 생각해 봐. 그리고 너에게 솔직해져 봐. 네가 원하는 너 안의 소리에 집중해야지.”


그녀의 말들은 답안지처럼 미리 정해져 있는 듯했다.


“너의 꿈은 뭐니?”


그녀의 질문에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꿈이 없어요.”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는 표정의 그녀는 나에게 다시 물었다.


“세상에 꿈이 없는 사람은 없어. 그건 네 안의 이야기야. 그 이야기에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야. 다시 한번 물어볼게. 너의 꿈은 뭐니?”


“모르겠어요.”


“그래. 어렵게 생각하지 마. 그러면 네가 가장 바라는 게 뭐니.”


그녀의 질문은 조금도 위압적이지 않았다. 나는 나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물어보았다. 그녀 앞에서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다. 나는 생각나는 대로 말해버렸다.


“사랑했던, 아니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요. 중학교 때 전학을 갔는데 어디에 사는지, 살아있는지, 죽었는지도 몰라요. 그 아이가 보고 싶어요.”


“좋아. 그러면 왜 그 아이가 보고 싶지?”


“사랑하니까요.”


“안돼. 질문이 지나온 길을 되돌아가지는 마. 옆으로든 앞으로든 위로든 어디로든 갈 수 있어. 되돌아가는 건 안돼. 다시 물어볼게. 왜 그 아이가 보고 싶지?”


“4살 때 그 아이를 처음 만났어요. 그때부터 그 아이를 좋아했었어요. 그 아이가 이사를 가서 헤어졌는데 중학교 1학년때 그 아이가 전학을 오면서 다시 만났어요. 저는 그 아이를 한 번에 알아보았어요. 어쩌면 그걸 운명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중학교 1학년때부터 그 아이를 짝사랑했어요. 중학교 3학년 때 다시 같은 반이 되었는데 그 아이는 저의 옆 자리에 앉았어요. 그리고 조금 친해지고 있었어요. 물론 그 아이는 저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저의 앞에 앉았던 아이를 좋아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그 아이가 전학을 가면서 말도 없이 헤어졌어요. 그 아이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요. 아니 보고 싶어요.”


“좋아. 그 아이를 다시 만나면 넌 뭘 할 거니.”


“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아요. 나를 알아본다면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왜 그렇지? 단지 한번 보고 싶은 건가? 보고 싶은 마음이 왜 생긴 거지? 그 여자아이의 연인이 되고 싶은 건가?”


“여자아이가 아니에요. 남자예요.”


심재연 교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아이가 남자인 네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거야? 아니면 사람들이 그걸 알게 되는 게 두려운 거야?”


“다 상관없어요. 그 아이에게 내가 그 아이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말하고 싶어요. 지금은 당장 그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단지 말한다는 게 어떤 의미가 있지? 넌 지금 나에게 그 아이를 사랑한다는 걸 말했잖아. 말한다는 게 단지 목표라면 그 목표는 이미 이루어진 거라고. 다른 걸 기대하니까 말하고 싶다는 거 아닌가? 예를 들면 둘의 사랑이 시작이 되던가, 아니면 처절한 거절을 당해서라도 미결의 사랑을 끝내고 싶다거나 한 거 아닌가? 결국 너의 무지에서 이 욕망이 존재하는 거 아닌가?”


“맞아요.”


“그럼 쉬운 일이네? 아니 어려운 일인가? 언젠가 그 아이를 만나게 된다면 너의 마음이 시킨 대로 해봐. 그게 정말 네가 원하는 일이라면.”


그 이후로도 대학생활과는 전혀 상관없는 문답이 이어졌다. 다음 강의 시간이 되어서야 교수님을 자리를 마무리했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일은 사실 없어. 그냥 오늘 나와 얘기한 것처럼 너에게 질문해 봐.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끝없이 질문해 봐. 그러다 보면 너도 너에게 솔직해질 거야.”


“네. 교수님. 교수님의 꿈은 뭐예요?”


“내 꿈은 더 많은 사람들이 나이고자 할 때 나일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로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인데, 어렵지?”


교수님은 나에게 핸드폰 번호를 물어보셨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한 명의 연락처를 보내주었다.


“자기와의 대화는 항상 한계에 부딪히지. 그래서 우리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거야. 친구가 필요하다면 여기 전화해 봐. 내가 얘기해둘게.”


교수님은 다음 강의를 위해 자리를 떠났다. 핸드폰에는 누군지 모르는 사람의 연락처가 와있었고 부재중통화가 10통이 와 있었다. 김민미 그녀의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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