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Algorism

by 구찬우

알고리즘은 입력된 자료를 토대로 원하는 출력을 위한 단계적 절차이다. 나는 나의 알고리즘을 떠올렸다. 나에게 입력된 자료는 무엇일까?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도덕심을 강요하는 한국이라는 유교국가에서 태어났다. GDP 세계 16위 나라의 수도인 서울의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한국은 북쪽으로는 비무장지대로 육로로 이동할 수 없으며 3면은 모두 바다인 완벽한 섬나라이다. 나는 한국어를 사용하며, 한국어를 사용하는 국가는 한국과 북한 밖에 없지만 북한과는 교류자체가 없으므로 한국어로 국가 간 소통은 불가하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운 중국과 러시아는 우방이 아니며, 일본은 과거 식민지 역사 때문에 반일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사회생활에 편하다. 일본에 우호적인 사고는 언제나 지탄의 대상이 되지만 반일의 사고는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나는 완벽한 갈라파고스에서 태어났다.


한국은 과거 세계 최빈국에서 시작하여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국가이다. 한국은 선진국의 문화를 제멋대로 수용하고 성장하며 중요한 것을 잃어갔다. 상권의 대부분은 프랜차이즈 식당이 자리하고 있어서 공장에서 제조된 가공식품을 최소한의 조리로 만든 음식을 먹어야 했다. 세상에서 가장 음식이 맛이 없는 나라라는 오명은 결국 우리가 자초한 것이었다. 우리는 버블을 경험해 본 적이 없었다. 우리가 가진 낮은 스탠더드는 버블을 경험한 선진국들의 스탠더드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창춘에서 먹었던 돌솥비빔밥 한 그릇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어쩌면 나의 첫 여행의 첫 식사라는 이유만은 아니었다. 그 돌솥비빔밥은 요리였다. 대부분의 식사를 농축액과 파우더로 요리의 맛을 모사한 음식을 먹어왔던 나에겐 어쩌면 모처럼 먹어본 제대로 된 요리였는다.


한국인들만 먹는 음식을 먹고, 한국어를 사용하고, 민족적 다양성은 존재하지도 않으며, 모두가 같은 문화권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완벽한 갈라파고스에서의 알고리즘은 아마도 너무나 독립적일 것이다. 그 알고리즘이 지금의 나를 사고하고 행동하게 하고 있었다.


나는 나일 수 있는 가능성의 존재로 살기 위해서 이런 알고리즘이 필요한 것일까 생각해 보았다. 우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원하는 출력 결과에 방해가 되는 알고리즘은 무엇인지 선별했다.


효도와 노인공경 따위의 유교적 사고, 김민미, 그리고 도이가 생각났다. 나라는 사람 자체를 갈라파고스화했던 그 아이 심도이, 정말 그 아이가 나에게 방해였을까? 분명히 아니었다. 심도이 그는 내가 언제나 나일 수 있게 해 주었던 사람이었다. 나의 방해 알고리즘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일 것이다. 오랫동안 그 아이를 잊고 살았다. 나는 눈앞에 큰 스위치를 다시 띄웠다. 그리고 그 스위치를 켜버렸다. 이제는 그 스위치를 끄던 켜던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 아이를 좋아했던 나, 그대로 나를 두고 싶었다.


오랜만에 노아에게서 연락이 왔다. 중학교 동창들의 모임 소식이었다. 모임이라고 해봤자 고등학교 때도 주기적으로 만나왔던 노아, 윤우, 수빈이 나올 것이었다. 그 자리에 도이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도이의 소식을 듣게 될 수 있을까 나는 그 모임에 나갔었지만 그들은 나를 왜 부르는 걸까 생각했다. 딱히 이유는 생각나지 않았다. 뚜렷한 목적이 없는 지속적인 모임이 가능한 건 분명 이유가 있다. 우린 친구였다. 단지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을 뿐 우리는 서로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나는 나의 방해 알고리즘에 나의 닫힌 마음을 추가해야 했다.


난 학회실에 들어갔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이 아니면 학회실에만 있어서인지 이제는 무척이나 편해졌다. 학회실에는 지유가 있었다. 나는 환하게 웃으며 지유에게 인사를 했다.


“미쳤냐? 좋은 일 있어?”


낯선 나의 웃는 얼굴 때문이었을까, 지유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나는 이곳이 편했다. 단지 지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이곳의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편견이 없었다. 어떤 이야기를 해도 잘 들어주었다. 정말 단지 잘 들어주었다. 그래서 편했다. 그렇게 나는 말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었다.

이전 17화Sobr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