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Ears Society

by 구찬우

지유와 나는 항상 함께였다. 그리고 B.E.S의 학회실은 언젠가부터 점점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지유의 소개로 모이게 된 사람들이었다.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우리는 더 이상 서로의 가십거리를 이야기하던 모임이 아니게 되었다. 정규적인 모임 장소와 일정이 공지되었고 사람들은 그곳으로 모였다. 모임날이 되면 사전 신청을 받았던 사람이 앞으로 나와 대화가 아닌 발표를 하게 되었다. 그렇게 모여진 사회평론들은 계간으로 발표되었다. 학회지의 출간이 1년이 되었을 때 우리 대학만의 모임이 아니게 되었다.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B.E.S에 참여하게 되었고 B.E.S는 하나의 사회평론의 연대로 성장하고 있었다.


지유는 모임에서 내가 기조연설을 하길 바랐다. 자연스럽게 나는 B.E.S의 회장이 되어 있었다. 계간지에는 나의 이름이 회장으로 표기되어 있었고, 지유는 사무총장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B.E.S는 갈수록 규모가 커져갔고 이 모든 건 지유가 기획한 것이었다. 나는 지유에게 네가 회장이 되어야 하지 않냐고 했지만 지유의 대답은 알 수 없는 의미였다.


“사람들이 널 좋아하잖아.”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은 계간지 <푸른 귀의 사회>에 자신의 사회평론이 게재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웹무가지였던 <푸른 귀의 사회>는 종종 언론과 매체에 인용되었다. 월 1회 정기 주최되던 모임에 투고되는 평론의 양이 너무 많아 난 매달 1주일 이상을 원고 선별에 시간을 보냈다. 사무총장인 지유는 원고를 함께 검토해 줄 수 있는 3명의 인력을 선정하여 소개해줬다. 수석연구원이라는 직책이 정해졌고 그들은 B.E.S에 투고되는 사회평론의 1차 검수 역할을 맡았다. 지유와 어떤 관계인지, 아니면 어떤 과정을 통해 선발되었는지는 알지 못했다. 지유와 나는 서로 너무 바쁜 일정 속에 살았고 서로를 신뢰하였다. 투고를 나 혼자 선별했던 시절의 <푸른 귀의 사회>는 어쩌면 나의 성향이 과도하게 반영되고 있다는 자책을 해왔다. 수석연구원들과 함께라면 더 나은 다양한 시각이 반영될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2055년 8월의 정기 모임 주제는 ‘대체신체 거부 주의자의 인간성에 대한 고찰’이었다. 2055년은 우리가 ‘알터’라고 부르는 대체신체의 판매가 시작된 지 15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가 갈수록 대체신체에 뇌를 이식하여 생명이 연장되는 인간의 수는 늘어갔지만, 평범한 인간이 부담할 수 없는 비싼 비용으로 모두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선택과 스스로 대체신체를 거부한 사람들에 대한 인간에 대한 고찰을 담고자 했다. 2040년 신재화 대통령의 ‘신재화 독트린’ 이후로 대체신체를 선택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절대 금기시되었다. 나는 주제를 ‘대체신체와 인간성 회복에 대한 고찰’로 변경하였다. 토픽은 본문을 잠식하게 된다. 나는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나의 시각을 강요하는 토픽을 선정할 수는 없었다.


드디어 모임의 밤, 나는 대체신체와 인간성 회복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한 평론의 선정과정을 기조연설하였다. 대체신체가 일반인에게 판매된 이후 15주년이 된 지금 우리는 인간이 시간의 종속성에서 벗어나게 되었을 때의 인간다운 삶뿐만이 아니라 어떤 선택이 우리가 우리로 살 수 있게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공감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게 기조연설을 마치고 인사를 하려고 했던 나는 멈칫하고 말았다. 무서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참석자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김민미,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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