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트 컬렉팅 경로는?
미술을 사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책을 통해 미술사를 공부할 수도 있고, SNS를 통해 좋은 작품을 서치하고 작가를 팔로우할 수도 있다. 미술관, 갤러리, 기획전시와 같은 미술 전시를 찾아다닐 수도 있으며 아트페어에 가볼 수도 있다. 소더비, 크리스티 까지는 아니더라도 서울옥션, 케이옥션등의 국내 경매사의 출품작을 보고 경매에 참여할 수도 있다. 여러 형태로 미술을 사랑하고 참여할 수 있지만 가장 적극적인 표현은 컬렉팅이라고 생각한다.
컬렉팅을 하게 되면 오롯이 나 혼자서 그림을 감상할 수 있다. 그것은 독점이라는 배타적인 관점과는 다르다. 우선 우리가 예술을 향유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자.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핸드폰과 헤드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내가 원하는 음악을 추천받고 들을 수 있다. 영화도 스트리밍 할 수 있으며 e북을 어디서든 읽을 수 있다. 하지만 미술은 그렇지 않다. 미술품을 내가 보고 싶을 때 언제든 볼 수 있는 건 오직 컬렉터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미술품과 함께 하는 삶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요즘 SNS에서는 집에서 혼자 그림 앞에서 위스키를 마시는 낭만을 얘기하는 피드들을 보기도 했다. 내가 술을 마시지 못해서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닭살 돋는 감상법은 사실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나는 집안 곳곳에 그림을 걸어두었다. 눈이 닿는 모든 곳에 그림이 있다. 자연스럽게 집안에서 보이는 그림을 한참을 바라보게 된다. 그 그림을 구매했던 과정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그 그림이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 가족들과 함께 나눴던 감상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리고 볼 때마다 다른 감정이 들기도 한다. 내가 첫 장편소설을 쓰고 에필로그로 쓴 글귀가 있다.
이 소설은 내가 4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집했던 감정의 일기장이다
미술 작품 또한 마찬가지이다. 작가가 갈등하고 고뇌하며 살아온 인생의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작가가 창조한 세계를 공감하고 대화하는 시간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나의 자녀들은 어릴 때부터 그림이 가득한 집에서 자라고 있다. 물론 내가 빅컬렉터가 아니라 미술사에 기록될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의 자녀들은 미술을 소통의 언어로 이해하며 자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그림에는 원작자가 부여하지 않은 우리 가족의 기억도 함께 저장되고 있다. 언젠가 내가 나의 자녀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날이 왔을 때, 나의 자녀가 그림들을 통해 나와의 시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이제 우선 미술품 구매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기존에 아트 컬렉팅을 해보신 분이라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이지만 나는 오랜 시간 미술을 좋아했지만 내 주위에 아트 컬렉팅을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고 겨우 이런 방법을 알아가는 과정조차 시간이 꽤 필요했으니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다.
1. 경매 :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이 가장 유명하다. 두 경매사 모두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하고 있다. 경매에서는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작품들이 많이 소개된다. 직접 경매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프리뷰 기간 동안 누구나 자유롭게 경매 출품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양사 모두 입장 시 site에 가입한 아이디를 물어본다) 매월 열리는 메이저 경매는 유료회원인 정회원만 참여가능하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오프라인에서 경매 패들을 들고 입찰하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직접 방문이 힘든 경우 서면입찰과 유선입찰도 가능하다. 그리고 양사 모두 온라인 경매를 진행하고 있다. 사이트에 가입한 모든 사람이 입찰할 수 있으며 정해진 마감 시간까지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사람이 낙찰되는 구조는 동일하다. 경매수수료는 입찰 가격과 회원 등급에 따라 차등이 있긴 하지만 국내 경매사는 그냥 20%를 낙찰가에서 더 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2. 갤러리 : 미술관과는 목적이 다른 곳이다. 공공 미술관은 판매가 아닌 공익적 목적으로 미술 전시를 하는 공간이고 사설 미술관 중 기업이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면 대부분 전시 입장료를 통한 수익이 필요하다. 사설 미술관 중에서도 갤러리의 역할을 겸하고 있는 곳도 있다. 갤러리는 작가를 관리하고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갤러리와 뮤지엄의 가장 큰 차이는 갤러리는 입장료가 없다. (아주 간혹 입장료를 받는 갤러리가 있긴 하다) 컬렉팅을 시작하고 나서 대한민국에 얼마나 많은 갤러리들이 있는지 알게 되었다. 주로 종로구 삼청동 인근과 용산구 한남동 인근, 강남구 중심으로 많이 분포한다. 대한민국 유명 갤러리인 현대갤러리, 국제갤러리조차도 그냥 편하게 입장해서 전시만 보고 나와도 된다. 글로벌 탑 갤러리인 페이스와 페로탕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자신의 작가들의 예술적 가치를 제고하고 홍보하는 것에 아낌없는 지원을 한다. 하지만 모든 갤러리가 그렇지는 않다. 갤러리스트나 직원분이 상주해 있는 곳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거나 하는 경우는 왕왕 있다. 나의 주된 동선에 있는 유명 갤러리가 있는데 그 갤러리에서는 보통은 투명인간 취급하다가 옷을 차려입고 가면 직원분이 옆으로 와서 도슨트를 해준다. 갤러리에서는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면 판매가능 여부와 가격을 물어보면 된다. 모든 건 처음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쉽다.
3. 아트페어 : 아마 가장 유명한 아트페어는 아트바젤과 프리즈가 있을 것이다. 아트바젤은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로 스위스에서 매년 6월 열린다. 그리고 파리, 마이애미, 홍콩에서도 개최된다. 프리즈는 런던에서 매년 10월에 열린다. 그리고 2022년부터 프리즈 서울과 국내 최대 아트페어인 키아프(KIAF)가 5년 계약으로 공동 개최를 하고 있다. 런던 프리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프리즈 서울 덕분에 세계 탑티어 갤러리들의 부스를 매년 9월경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아트페어는 심사를 통과한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마켓이자 미술 축제이다. 판매가 목적이니 당연히 갤러리가 소개할 수 있는 최상급의 작품들이 소개된다. 그 외에도 아시아에서는 대만의 당다이아트페어, 일본의 아트페어도쿄 등이 유명하다. 한국에는 아트페어가 너무 많이 개최되는데 매월 페어가 있을 정도이다. 키아프(서울), 아트부산, BAMA(부산), 화랑미술제(서울) 정도가 국내 주요 페어이다.
4. 개인거래 : 흔하지는 않지만 개인 간 거래가 존재한다. 개인 간 거래를 중개해 주는 플랫폼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작품을 시장가에 구매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그리고 아트딜러를 통한 거례도 있지만 초보자에게는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옆팀 팀장이었던 동료가 새 아파트로 이사하게 되며 집에 미술품 한 점을 걸고 싶다고 했다. 내가 평소에 미술에 미친 자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에게 추천을 부탁했었다. 조건은 간단했다.
- X백만 원 이하
- 당분간 가격 상승이 있어야 함
혹자들은 1천만 원 이하의 작품을 사면서 경제적 가치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 하지만 난 성역은 없다고 생각한다. 김환기, 이우환, 김창렬, 이건용, 박서보, 이배 작가의 작품을 안전 자산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동의할 수 없다. 결국 대한민국 작가 중 안전 자산은 없다고 생각한다. 연 복리 7%로 10년이면 원금의 두 배가 된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경제적 가치의 마지노선이다. 20년 후 지금의 4배가 되지 않을 작품이라면 그냥 그 돈은 코카콜라 주식에 묻어두고 배당도 덤으로 받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X백만 원 이하로 구매가능하며 당분간 가격 상승이 있을 작품을 고르는 게 더 쉽다. 나는 그 당시 갤러리에서 받았던 리스트를 그 팀장에게 2번 보내 줬었다. 박성옥작가와 무나씨작가였는데, 이 작가는 옷을 안 입고 있어서 아내가 반대하고, 이 작가는 그림이 어두침침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두 작가의 작품은 구하기 힘들어졌다. 그 팀장이 원한 건 결국 새집에 맞는, 분위기를 밝게 해 줄 화사한 그림이었을 테다.
그런데 그때는 갤러리에서 구매할 수 있었던 작가의 작품을 지금은 구할 수 없는 것일까. 쉽게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지만 갤러리의 영업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모두에게 공평한 마켓은 경매 밖에 없다. 경매는 낙찰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최고입찰가만 제시하면 낙찰받을 수 있다. 하지만 갤러리에서 작품을 구매하는 과정은 굉장히 음성적인 관행으로 운영된다.
인기 작가의 개인전 첫날, 오픈런을 하면 원하는 작품을 구매할 수 있을까? 정답은 불가능이다. 인기 작가의 작품은 전시 전 이미 모두 판매가 완료 되어 있다. 그러면 수익을 추구하는 갤러리는 왜 약 한 달간 전시를 하고 있는가라고 궁금할 것이다. 작가는 전시로 작품을 보여줘야 하고 증명해야 한다. 갤러리는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다. 작가의 작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가치를 매니지먼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갤러리는 그들만의 VIP리스트를 가지고 있다. 전시 전에 VIP에게 리스트가 선 공개되고 즉시 판매완료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VIP에게서 모두 판매가 되지 않는다면 다음 주요 고객에게 리스트가 공개된다. 그 고객에게서도 선 판매가 되지 않았다면 전시 기간 중 구매할 수 있다. 물론 국내 일반적인 갤러리기준이며 해외 유명 갤러리는 다르다. 해외 탑 갤러리와 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자산증명, 자기소개서, 자신의 미술품 컬렉션을 요구한다. 이 사람이 정말 이 작품을 이해하고 컬렉팅 할 수준을 갖춘 사람인지 확인하고 판매한다.
그렇다면 갤러리 전시에 가서 구매할 수 있는 작품은 선판매되지 않은 작품이니까 가치가 낮은가라고 속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 전시 전에 선판매 완료를 하는 작가는 많지도 않을뿐더러 그랬던 작가의 작품도 몇 년이 지나면 경매를 통해 갤러리가 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도 구할 수 있기도 하다. 선판매는 갤러리의 능력이기도 하고 당시에 얼마나 그 작가가 시장에서 회자되었는가 하는 당장의 인기척도라고 보는 게 맞다. 절대 장기적인 가치의 반증이 될 수는 없다.
간혹 크레디트가 필요한 작가가 있다. 쉽게 에르메스 매장에서 버킨백을 구매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돈을 들고 가서 버킨백을 구매할 수 없다. 한국 에르메스 매장에서는 에르메스의 다른 의류등의 구매가 많은 고객에게 버킨백을 판매하고 있다. 버킨백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다른 원하지 않는 상품들까지 지속적으로 구매하며 크레디트를 쌓아야 한다. 결국 리스트를 가장 먼저 받아 보는 VIP가 그들이겠지만 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나쁜 갤러리의 영업형태도 있다. 그건 속칭 끼워팔기인데 A작가의 작품을 받기 위해서는 신진 C작가의 작품도 함께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몇 번 이런 형태를 목격했는데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이런 영업을 하는 갤러리는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거래를 하고 싶지 않다. 그건 C작가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무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거래가 있었던 갤러리지라도 단 한차례의 거래로 나를 기억할리는 없는 게 당연하지만, 거래가 없었지만 나를 알아보고 항상 인사해 주는 갤러리들도 있다. 내가 오랫동안 좋아한 작가가 있는데 전속을 옮기면서 더 큰 유명 갤러리로 가버렸다. 전시에 구매가능 작품을 문의했지만 역시나 모두 판매가 되어있었다. 나는 그 갤러리에 내가 그 작가를 얼마나 오래 좋아했고 어떤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지 말했다. 그 갤러리는 그 작가의 전시가 있기 전에 항상 먼저 나에게 리스트를 보내주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구매하지 못했다. 리스트를 받아도 정말 선착순 게임이다. 항상 나보다 더 빠른 사람이 있더라. 그럴 때면 그냥 인연이 아닌가 보다 생각하고 말지만, 아직도 눈에 밟히는 아쉬운 작품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