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화가가 죽으면 가격이 올라요?

말도 안 되는 오해

by 구찬우

미술작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2개 정도 있는데, 그중 하나는 '작품이 오래되면 가격이 상승한다'이다. 이 오해에 대해서는 이미 이전에 언급했고, 그다음 오해인 작가의 죽음 이후의 가격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요약하자면, 거짓이다. 왜 이런 낭설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아마 가장 대표적인 주범은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는 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는 고인이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졌다. 또 다른 사례를 생각해 보면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가 있을 수 있다. 사실 비비안 마이어는 생전에 전시를 한 적도 없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주위의 사람들도 그녀가 사진을 즐겨 찍는다는 사실정도만 알았지 그녀의 사진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고독사 한 이후 창고에 있던 필름들이 경매에 나오게 되면서 낙찰받은 사람이 이 사진이 심상치 않다 생각하여 세상에 공개하게 되었고 그녀의 사진들이 세상에 평가받는 날이 오게 된 경우이다. 물론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작가가 작고 후 가치상승의 기울기가 더욱 가파르게 변하는 경우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 대부분의 한국 작가는 포함되지 않는다.


이런 매혹적인 이야기들은 사람들이 작가는 마치 사후에 더 가치가 상승하게 된다는 오해를 만들기 쉽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메커니즘이다. 물론 삶과 죽음을 테마로 작업을 하는 데미안 허스트가 거짓으로 자신의 사망일자를 포털사이트에 기재하여 사람들이 데미안 허스트가 사망한 것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그의 작품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가격으로 유통된 해프닝도 있긴 하다. 그렇다면 사망 후에 재발굴되고 가치가 상승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자.


우리에게는 이 낭설을 검증할 수 있는 최근의 사례들이 있다. 김창렬 작가는 2021년, 박서보 작가는 2023년에 작고하였다. 대한민국 대표 블루칩 작가들은 작고 후에 작품가격이 올랐을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이 두 작가에게서 작고 후 가격상승의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았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미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두 작가의 작품의 수량이 부족하지 않았던 이유가 크다. 김창렬 작가는 1970년대 작품이 가장 선호도가 높다. 그가 40대에 작업한 작품들에서 돋보이는 물방울의 표현의 정교함과 밀도는 사실 미술 초보자가 보아도 70년대 작품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미 김창렬작가는 사망하였지만 가장 선호도가 높은 작품이 1970년대 작품이기도 했고, 더불어 그는 1929년생이었다. 누구라도 김창렬작가가 더 이상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없었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박서보 작가 또한 우리는 그가 더 이상 작품활동을 할 수 없는 건강상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대한민국 초대형 미술사의 하위 레이블에서 박서보 작가의 판화가 대량 발매되었을 때 이미 그는 직접 서명을 하지도 않았다. 결국 이 두 작가는 작고 이후에 작품가에 큰 변화는 없었다.


우리가 인간의 기대수명을 예측할 수 있고, 작가의 건강 상태를 알 수 있는 만큼 '죽음'이 가격의 변화를 만드는 기제가 아니라는 것은 이제 알 수 있다. '죽음'이 작가를 재조명하게 하고 가격 상승을 만드는 메커니즘은 사실 생전의 작가가 재조명받고, 가격이 상승하는 로직과 똑같다.


1) 작품의 수

: 작가의 이름이 알려지려면 전시가 가능해야 한다. 그리고 그림이 유통되어야 한다. 작고한 작가를 재조명하려면 최소 몇 점의 작품이 필요할까? 기준은 없겠지만 최소 조건은 500점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 적극적 딜러

: 여기서 말하는 딜러는 갤러리나 뮤지엄이다. 작가의 작품 세계와 철학에 대해 소개할 의지가 있는 뮤지엄이 필요하고 시장에 그의 작품을 유통시킬 갤러리가 필요하다. 뮤지엄은 학술적 가치로 그 작가를 조명할 수 있지만 갤러리의 경우는 다르다. 갤러리에게 중요한 것은 핸들링할 수 있는 작품의 수이다. 그의 작품들이 모두 여기저기 컬렉터들에게 소장되어 있다면 갤러리가 그 작가에게 투자할 이유가 없다. 결국 최소 몇백 점의 작품을 한 갤러리가 독점 핸들링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실제로 이런 경우가 없지는 않은데, 한 작가가 생전에 작품을 거의 판매하지 않고 대부분을 소장하고 작고한 경우, 유명해지지 못했지만 작가가 작고 전까지 한 갤러리에 오랜 시간 전속으로 있었던 경우, 한 작가에 거대한 후원자가 있었던 경우 등이 있다. 실제로 모 갤러리에서는 아직 작고한 모 작가의 작품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다. 그 작가의 작품을 구매하겠다는 문의에도 절대 판매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언젠가 그의 미술 언어와 철학이 소구 되는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3) 미술사적 가치

: 뉴턴이 철학으로부터 과학을 분리시켰던 것처럼, 마르셀 뒤샹은 미술을 예술로 바꾸지 않았나 생각한다. 현대 미술의 가치는 예술성에 있고, 그 예술성은 철학에 있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예술은 시각화된 철학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에 따로 이야기하기로 하고, 어쨌든 작가가 재조명되기 위해서는 시대를 관통하는 예술성, 미술사적 가치, 철학이 있어야 한다.


결국은 작가가 재조명되고 가치가 상승하게 되는 것은 '죽음'이 될 수 없다. 작가의 뒤에서 움직이는 미술 시장의 메커니즘이고, 우리는 작가의 작고와 상관없이 이 메커니즘이 작동되는 과정들을 보아왔다. 1940년대생 이건용 작가가 재조명된 게 얼마나 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2023년 한국 미술계에서 가장 핫한 아티스트 1940년대생 성능경 작가를 우리는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가? 이 두 작가의 재조명 과정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시장에서 유명작가는 아니지만, 내가 정말 좋아하는 1940년대생의 작가가 있다. 나는 그의 작품세계에 너무나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서울대학교 회화과를 수학한 작가는 오랜 시간 모갤러리와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되지만 작가는 세간에 그의 작품을 알리지 못했다. 그리고 너무 낮은 가격에 경매를 통해 작품이 유통되었으며, 그의 작품들은 크게 미술에 대한 애정이 없는 사람에게 흩어져 버렸다. 나는 작가의 유통되지 않고 있는 작품 수를 알지 못한다.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그의 미학적 언어와 철학과 인생이 세상에 적극적으로 소개되는 날이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내가 좀 더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거나, 미술계에서 활동하는 날이 생전에 온다면 내가 그를 세상에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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