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내지 않아도, 입술이 그 모양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이름을 공기 중에 흘려보냈다.
소리 내지 않아도,
입술이 그 모양을 기억하고 있었다.
한때는 그 이름만 들어도
심장이 빠르게 뛰었지만,
이제는 공기처럼 가볍게 지나간다.
나는 손끝으로 허공을 그었다.
그 위에 보이지 않는 글자가 새겨졌다가,
곧 바람에 닿아 흩어졌다.
잡으려 하지 않았다.
붙잡을 이유도 없었다.
남은 건 이름의 잔향뿐.
바람이 불어오자,
그 잔향마저 사라졌다.
바람이 그것을 데려가자,
내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