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사랑은 부부만이 알 수 있다.
지난봄, 모처럼 온 식구가 온천장에 갔다. 남탕과 여탕으로 나뉘어 각자 들어가기 전, 정확히 몇 시에 대기실에서 다시 모이기로 약속했다. 얼마 뒤 나는 형과 매형 그리고 아버지와 약속 시간에 맞춰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여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기실에는 사람이 많아 우리가 앉을자리조차 없었다.
약속 시간을 넘긴 지 오래, 슬슬 짜증이 날 때쯤 형수와 누나 그리고 아이들이 보였다. 어머니는 어디 가셨냐고 묻자, 형수가 대답하기를 어머니는 좀 더 탕에 있다 나오겠다고 말씀하셨단다. 시간이 갈수록 식구들은 기다림에 지쳐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나 역시 그랬다. 그런데 아버지는 오히려 섭섭한 듯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셨다.
“몸도 약한데 뜨거운 탕에서 오래 있다 쓰러지면 어쩌려고. 옆에 같이 좀 있다 나오지. 어찌 어머니 혼자 남겨 두고 나왔을꼬.”
그 말씀을 듣고 늦게 나오시는 어머니를 원망한 나 자신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어머니께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하는 아버지를 보며 평소 무뚝뚝하게 행동하셨지만 누구보다 더 어머니를 생각하신다는 것을 알았다.
한참이 지나 목욕탕 온기에 얼굴이 발갛게 상기된 어머니가 나오셨다. 식구들은 기다리는 거 뻔히 알면서 이제야 나오시냐는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가족들의 불만 속에도 이런 탕 저런 탕 종류가 너무 많아 다 들어가지 못하고 나왔다며 다음 또 오자고 흥분된 목소리로 즐거워하시는 어머님!
그때 난 보았다. 안도하는 아버지의 미소를. 그리고 나는 조용히 나란히 걸어가시는 부모님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나이지만 훗날 나도 결혼을 하게 되면 우리 부모님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문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너무나도 행복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2000년 5월 어느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