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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우주 Jun 01. 2020

* D+365... and...

그 1년이 지나고...

 어느새 벌써 1년이 지났다.

 나는 지금 한국에 있다. 지긋지긋하고 좁아터진 우리 동네에 갇혀서 두문불출하는 새에 어느덧 캐나다로 출발한 지 1년이란 시간이 지나버렸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생전 해보지 못했던 일은 힘들었고, 그 비싼 돈을 들여서 집 같지도 않은 공간에 몸을 욱여넣고 최대 6명이 채 30평도 안 되어 보이는 공간에 북적이면서 살아야 했으니까. 이제야 돈을 좀 모을 수 있겠구나, 캐시 잡도 찾았으니 8월이나 9월까진 여기 있다가 가야지, 하고 마음을 먹은 순간, 3월 16일, 국경은 봉쇄되었고 하루, 또 이틀 만에 직업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귀국을 하기 위해 발버둥 친 순간은 또 어땠는지... 실시간으로 올려볼까 했지만 멘탈이 너무 나가버려서 도저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게, 캐나다는 아직도 직접 통화를 해야만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인데 몇 시간을 대기해도 통화는 되지 않고 상담인력은 재택근무로 돌려버리고... 나는 당장 2주 안에 해결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사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신용카드 해지와 택스 리펀은 요원하다. 이번 주 안에는 전화를 해서 해결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너무 데고 지쳐서 전화를 하기가 싫다.


 게다가 비행기는 또 어땠는지! 기껏 찾은 대만 경유는 잘리고, 경유가 아직 가능한 곳이 어딘지 찾고 치솟는 금액에 눈치싸움을 해야 했다. 겨우 괜찮은 조건을 잡았어도 매일이 노심초사요, 편 변경으로 인해 출발 3일 전에 비행기가 잘릴뻔했다. 경유에서도 한 번 대환장을 겪고... 정말 다시 하라면 못하겠지만... 그 지난한 과정을 해낸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오히려 자가격리는 마음이 편했다. 일단 말이 확실히 통하고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는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으니까. 물론 지자체의 일처리가 답답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캐나다에 비하면 어떤가 싶고 진상짓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도 했다. 우리 동네의 경우, 워낙 작은 마을이라 한 명이 걸리면 동선이 거의 다 겹치게 되는 특수한 상황이라 당연히 안 나갈 거지만 조심하려고 정말 노력했다. 검사도 일부러 추가해서 두 번을 받았고.


 할머니 댁에서의 격리 2주가 지난 후, 귀농한 부모님을 따라 농사일에 따라가서 벌레를 보며 고통을 받다 보니 어느새 5월이 훌쩍 지나가 있었고, 그러는 동안 여기저기서 다시 코로나가 터지기 시작했다. 격리가 끝났는데도 나는 정신적 격리 상태나 다름없어서 마음이 쓸쓸해졌다. 이제 슬슬 다시 일을 해야 하겠지만, 지금 상황에 사무직을 구한다는 건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고, 지역 특성상 근거리에선 일을 구할 수가 없어 평균 1시간의 통근시간을 감수해야 하는데... 코로나가 창궐하기 전에도 나는 영 일을 구하기 힘든 사람이었기에 어차피 이런 상황인데 무언가를 공부해서 훗일을 도모해야 할지, 앞으로의 인생을 위해 어떤 분야로 직업을 구해야 할지, 그동안의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 할지 골머리를 썩히다가 밴쿠버에서 만난 소울메이트와의 대화와, 마침 연락 왔던 친구와의 대화로 직업교육을 받기로 정하고 고용지원센터에 다녀오는 길이다. 일이 무언가 착착 맞아떨어진다면 한 번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우연이 여럿 겹치면 필연이 되는 것이 아닌가.


 여하튼 1년이 지나고,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 살아내고 있다. 이제야 겨우 조바심과 함께 안정이 찾아오고 냉정을 찾게 되었으니, 너무나도 긴급했던 캐나다 탈주기를 기억을 소환해서 한 자씩 적어내 보려고 한다. 잃은 것만큼이나 얻은 것도 있던 진귀한 시간들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흘려보내기엔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


- 2020년 6월의 첫째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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