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을 내리 쉬었다. 목요일의 여파가 생각보다 오래갔다.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다가왔고, 나는 꽤 이른 시간부터 잠을 청했음에도 불구하고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증량한 신경안정제의 탓일까, 조금은 졸리고 조금은 어지럽기도 했다. 월요일은 그냥 집에서 쉬기로 하였다. 화요일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마저 읽고 갖다 주려고 쉬었다. 하루를 빠지니 역시 관성처럼 운동이 가기 싫어졌는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월요일에 책을 마저 읽었으면 되었을 텐데.
그리고 오늘, 수요일. 금요일은 자유연습이라 아직은 할 게 없으니 당분간은 쉴 예정이라 이번주에 갈 수 있는 날은 수, 목 밖에 없었다. 경의중앙선은 애타는 내 마음도 모르는지 오늘도 연착을 했다. 부랴부랴 집에 들어와 요깃거리를 하고 양치질을 하고 옷을 갈아입고 감기는 눈꺼풀을 부릅뜨고 무거운 발걸음을 도장으로 옮겼다. 그냥 쉬엄쉬엄이라도 하러 나왔다고 관장님께 말씀드렸고, 관장님과 검우회 회장님은 나를 마치 순두부 다루듯이 살살 상태를 보시면서 운동을 시키셨다.
'겨우 이것 가지고 이렇게 힘이 든단 말인가', 하는 자괴감과 '옛날에는 됐었는데', 하는 욕심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타고나기를 '내가 무언가를 못 한다'라는 사실을 견디기 어려워하는 매우 황당무계한 자신감이 있는 성격이라 괜히 또 몸 상태를 오버하여 운동을 하려 했나 보다. 이거 가지고 힘들어하는 게 참, 이라는 말에 관장님께선 갑자기 질문을 던지셨다.
"운동 한 달만 할 거야?"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어 단박에 "아니요."를 외쳤다. 이어 관장님께선, "운동 계속할 건데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지, 하루 이틀 살살한다고 큰일 나지 않아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래, 뭐든지 꾸준함이 중요한 건데. 내달리다가 금방 지쳐 나가떨어지는 것보단 꾸준하게 그 자리를 지켜가며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젠 아는 나이가 되었는데, 나는 자꾸 아직도 내달리려고만 한다.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물에 땀과 생각을 씻어내려 가던 중에 '피곤하면 잠깐 쉬어가 갈길은 아직 머니깐'이란 가사로 시작하는 이적의 '같이 걸을까'라는 노래가 생각이 났다.
그래, 아직 갈 길이 먼데 벌써부터 내달리지 못함을 정죄치 말자. 그렇게 쉬엄쉬엄 꾸준하게 거북이같이 내 갈 길을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