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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Oct 24. 2021

뜻밖의 선물

'뜻밖의 선물'이다. 정말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은 기분이다. 그것도 내게 꼭 필요한.


중학생 아들의 과외 이야기다. 중3 아들의 영어 과외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경제적인 이유였다. 우리 가정의 사교육비는 월 180만 원으로 외벌이 가정의 가계가 감당하기엔 한계치를 넘어선 지 오래된 터다. 그도 그럴 것이 고3 딸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고3, 중3 두 아이의 사교육비임을 감안한다면 결코 큰 금액은 아니다.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많으면 초등학생 때부터 한 명의 자녀에게 월 1백만 원, 대입 입시생의 경우에는 월 5백만 원도 지출한다고 한다. 엄두가 나지 않는 금액이다.     


이쯤 되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나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한가득이다. 어쨌든, 아들의 영어 과외를 직접하기로 하면서 사교육비가 월 2백만 원을 돌파하는 불상사는 면하게 되었다.

      

'뜻밖의 선물'로 돌아가 보자. 이 선물은 '아들과의 대화'로 어쩌면 경제적인 이득보다 내게 더 소중한 자산이다. 문법책을 끝낸 후, 제 누나가 보던 EBS 영어독해 두 권을 아들과 함께 5개월여 만에 끝냈다.  

<아들과 함께 공부한 영어독해 교재. 딸이 보던 교재를 재활용했다>

독해 교재 특성상, 지문은 문화, 예술, 경제, 사회, 철학, 과학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소개한다. 다양한 지문을 아들과 함께 독해하면서 깊이 있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시작하게 된 것이다.


조잘조잘거리며 학교 그리고 친구 얘기를 하는 제 누나와 달리, 아들은 여느 남자 중학생과 마찬가지로 집에서는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는 편이다.


아들에게 마사지해준다는 핑계로 아들방 침대에 같이 눕고, 주말에 함께 맛있는 것을 먹자거나 영화 보러 가자고 하는 것도 다 아들과 시간을 보내며 대화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어렸을 때는 아빠를 쉴 새 없이 귀찮게 하면서 놀아달라고 했는데 이제는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이제는 아빠가 먼저 아들에게 놀아달라고 한다.


하지만, 과외 중에는 예외다. 아들은 흥미가 있는 주제의 지문을 해석할 때는 아빠의 의견을 먼저 묻곤 한다. 특히 관심사인 경제, 문화 관련 지문이 나오거나 지문이 주장하는 바와 생각이 다른 경우, 우리는 잠시 과외에서 벗어나 그와 관련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비록 대화 주제에 관련한 전문지식은 없지만 우리 부자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한참 동안이나 대화를 이어나간다. 물론 상호 간 이해의 폭도 대화가 진행되는 시간만큼 커진다.  

<독해책은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시작한 중학생 아들의 영어 과외. '아들과의 대화'라는 너무나 소중한 선물을 받을 줄은 몰랐다. 주위를 보면 사춘기를 겪는 중학생 아들과의 관계가 순탄치 않은 주변 동료나 친구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럴 때면 아들도 그런 날이 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다행히 중3인 아들은 아직까지 사춘기라고 여겨질 만한 이해 못할 행동을 한 적은 없다.


앞으로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과외를 통한 꾸준한 대화와 높아진 상호 간의 이해는 아들의 사춘기를 예방하거나 증상을 완화시키는 백신의 역할을 해줄 것이다.


다시 한번 아빠의 과외 제안에 응해준 아들이 고맙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들과의 과외를 통해 경제적으로 절약도 하고 아들의 영어 실력도 늘려주며,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과의 관계도 개선할 수 있어 나는 행운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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