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학년도 수능이 코앞이다. 2주가 채 남지 않았다. 그간 숨 가쁘게 달려왔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갈길이 멀다. 연말이 되어서야 끝날 이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딸과 한 팀이 되어 긴 여정을 함께 해왔다.
전공과목을 정하고, 지원 대학교를 선정했다. 생활기록부를 기반으로 한 자기소개서도 작성했다. 하지만 아직도 큰 관문이 두 개나 남았다. 바로 '수능'과 '면접'. 수능을 기점으로 비로소 본 게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대학교 지원 원서는 총 6장. 모두 각기 다른 전형이다. 그러기에 절차도 제각각이다. 가장 간단한 전형은 내신 성적에 자기소개서만 평가한다.
반대로 가장 복잡한 경우는 그 둘 위에 수능 최저학력과 면접전형이 더해진다. 딸도, 그리고 나도 헷갈린다. 1차 전형 결과 발표가 시작되는 요즘 딸은 밥먹듯이 아빠를 부른다.
"아빠, OO 학교 면접 보나?"
"아빠, OO 학교 수능 최저가 있었나?"
"아빠, OO 학교 1차 발표는 언제지?
이러한 질문에 다시 한번 각 학교의 모집요강을 들춘다. 잘못된 대답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찬찬히 지원 대학교의 지원학과 전형을 살펴본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이 있는지, 있다면 몇 등급인지, 면접은 언제인지, 면접방식은 무엇인지 등.
대학교 지원 전 몇 번이고 확인하고 확인했지만 행여나 틀릴세라 꼼꼼히 재차 점검한다. 그렇게 지원한 학교의 전형을 엑셀로 정리한다. 이젠 물어보지 말고 직접 참고하라는 뜻이다.
이렇게 정리하니 지원학교, 지원학과, 수능 최저 등급 여부, 1차 합격일 등 앞으로 필요한 정보가 한눈에 보인다.
엑셀로 만든 표를 아내와 나 그리고 딸이 속해 있는 단톡방에 올린다. 본인의 입시와 관련해 진행과정을 공유하기 위해 딸이 직접 만들어 제 엄마와 아빠를 초대한 방이다.
그 방의 이름은,
"OO을 딸로 둔 영광스러운 사람들"
그렇다. 아내와 나는 OO이를 딸로 둬서 한순간에 '영광스러운 사람들'이 되었다.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그야말로 '특급 칭찬'이다. 단톡방 제목을 보고 아내와 나는 한참을 웃었다. 영광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준 딸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이번 대입 입시결과와 관계없이 아빠는 그리고 엄마는 OO이를 딸로 둬서 무한한 영광이라고. 그리고 우리의 딸이 되어줘서 고맙다고.
2021년 11월 18일. 딸이 수능을 치르는 날이자 사실상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된 입시전쟁의 결과가 좌우되는 날이기도 하다. 또 그날은 공교롭게도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꼭 20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 부부에게 그러하듯이 딸에게도 그날이 특별하고 행복한 날로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