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파티 그리고 정글 속 무덤 방문

응답하라 멕시코, 1999년 3월 14일 & 15일

by 긍정의 힘

바야돌리드에서 재회한 스위스인들과 시장 한복판에 있는 바에 갔다. 굉장히 오래돼 보이는 내부 장식에 오밀조밀 테이블들이 모여있다.


바 한가운데에는 밴드가 음악을 연주하고 사람들은 그 음악에 맞춰 흥겹게 춤을 춘다. 장소가 매우 협소하지만 그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 흥이 넘쳐흐른다.

신나는 밴드 음악이 그 작은 공간을 꽉 채운다. 이국적인 스페인어 노래가 허스키한 목소리를 타고 들려온다. 밴드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중간중간에 "꼬레야", "스위스"하고 외치며 흥을 돋운다. 그때마다 나와 스위스인들은 손을 크게 흔들고 술잔을 높이 들어 보이며 답례한다. 그 분위기가 그냥 좋다.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우리를 보던 현지인들과 합석한다. 테킬라와 꼬로나를 마시며 통하지 않는 말을 주고받는다. 그리고는 바로 스테이지로 직행.


한국 나이트클럽에서 볼 수 있는 춤과는 느낌이 다르다. 남자와 여자가 서로 손을 맞잡고 리듬을 타는 수준의 춤이다. 하지만 기분을 만끽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스위스인들과 함께한 로컬 바>

바에 있는 거의 모든 현지인 여성분들이 내게 춤을 청한다. 내 생일날에도 그런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는 듯하다. 내 외모가 이곳에서 좀 먹혀주는 듯하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샘솟는다. 현지인과 함께 체험하고 즐기는 이런 여행이 참 좋다.


다음 목적지는 '팔렝케(Palenque)'. 버스로 12시간 걸린다. 참 넓구나 멕시코는.

<바야돌리드에서 팔렝케 경로. 이제 장기간 버스 승차는 이골이 났다.>

아침 6시 50분 팔렝케 도착.


피곤한 몸을 이끌고 유스호스텔에서 휴식을 취한 후 팔랑케에 있는 유적지를 방문했다. 이곳의 유적지들은 가장 오래된 건물은 기원전 226년, 가장 최근의 건물은 AD799년에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치첸이사의 대표 유적지인 엘 카스티요가 AD 1050년과 1300년 사이에 건축되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최대 1,400살 나이의 차이가 난다.


이곳의 대표 유적지는 '비문의 사원(Temple of the Inscriptions)'으로 7세기 팔렝케를 68년 간 지배한 왕, '파칼(K'inich Janaab' Pakal)'이 묻힌 무덤이라고 한다. 나는 이 사실을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왼편에 보이는 건축물이 바로 비문의 사원이다.>

어쨌든 이러한 사연을 담고 있는 비문의 사원을 올라간다. 엘 카스티오에 비하면 높이도 낮고 덜 가팔라 어렵지 않게 꼭대기에 도착한다. 꼭대기에서 바깥 경관을 감상하고 한숨을 돌리는데, "오잉?". 바닥에 문이 하나 나 있다. 문을 여니 사원 내부로 들어가는 계단이 나온다. 피라미드 내부로 가는 통로가 건물 하단에 나 있는 엘 카스티오와 정반대다.


계단을 따라 한참을 걸어내려간다. 막다른 곳까지 내려가니 작은 방이 나온다. 그 방에는 정교한 문양이 새겨진 커다란 석판이 우두커니 앉아 있었다. 그 석판은 석관으로 쉽게 말해 팔렝케의 왕, 파칼의 무덤 뚜껑이다. 그 석관 아래에서 파칼의 유해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계획에 없던, 지구 반대편에서 자그마치 1300여 년 전인 683년에 돌아가신 분의 무덤을 방문하게 된 것이다.

<계단이 사원 꼭대기에서 시작해 지하로 내려간다. 출처: Palenque: Secrets of the Ancient Maya revealed (유튜브)>
<파칼이 묻힌 무덤의 석관.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전되었다고 한다.>

이곳 팔렝케는 비문의 사원뿐만 아니라 그 용도를 알 수 없는 다양한 건축물들이 사방에 포진해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그런 유적지들이 수풀이 우거진 정글 한가운데 있다는 것이다. 야생 동물 소리를 뒤로하고 빽빽한 숲을 헤치고 들어가면 천년 하고도 수백 년 이상을 한 자리에 서 있는 건축물들이 나타난다. 마치 마야인들의 비밀을 간직한 채 떠나간 주인을 기다리는 모습처럼.

<팔랑케는 정글 한 가운데에 있다. 정글 속 타잔 흉내를 내본다.>

유적지가 오밀조밀 모여있는 팔렝케에서 그렇게 한나절을 보냈다. 관광객도 띄엄띄엄 보일 뿐, 들리는 소리는 온통 정글 속 정체불명의 동물 울음소리와 새의 지저귐이 전부다.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여행을 되돌아보고 오래간만에 고즈넉함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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