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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Nov 17. 2021

고3 학부모님들, 수능일에 뭐하세요?

내일이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즉 '수능'이 치러지는 날이다. 짧게는 고등학교 3년, 길게는 초중학교 시절을 포함한 12년 간의 노력이 수치로 증명되는 날이기도 하다.  


딸은 초등학생 때부터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었다. 그리고 그 꿈이 고3인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성적에 맞춰 대학에 진학한 나로서는 그러한 확고한 꿈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신기하고 대견하다.


그 꿈을 위해 그간 딸이 기울인 노력의 크기와 땀방울의 무게를 나는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딸과 함께 기꺼이 입시전쟁에 뛰어들었다. 고등학교 진학부터 지원대학교 선정 그리고 자기소개서 작성까지, 대입 과정을 딸과 함께 상의하고 머리를 맞대며 여정을 함께 해왔다.


그래서인지 직접 보는 시험은 아니지만, 수능이 한 달 정도 남은 시점부터 왠지 모르게 떨린다. 내가 치른 대입 학력고사 때도 겪지 않은 현상이다.


지원 원서 한 장이 주어지는 학력고사는 한번 떨어지면 대다수가 바로 재수생으로 직행하는, 요즘으로 따지면 '오징어게임'과 같은 서바이벌 시험이었다.


그에 반해 수능 시험에는 6장의 원서가 있기에 그나마 압박은 덜하다. 아니, 덜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대학입시는 대학입시다. 지원 원서가 몇 장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 자체로 압박감이 대단하다.


수능일이 다가오니 고민이 생긴다. 수능 당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다. 수험생 학부모님들은 종교에 따라 그날을 의미 있게 보낼 것이다. 교회를 다니는 분들은 기도를, 절에 다니시는 분들은 불공을 드리며 마음의 안정을 구하고 자녀들이 무사히 시험을 치르길 기원할 테다.


딱히 종교가 없는 나로서는 좀 애매하다. 갑자기 기도할 수도 불공을 드릴 수도 없다.

'수능일 휴가 내고 인근 둘레길을 걸으며 딸이 무사히 시험을 치르길 바랄까?'

'차라리 시간이 빨리 가게 영화나 두세 편 볼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떠올려보지만 어떤 방안도 마음이 가지 않는다. 결국 수능 당일, 난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기로 한다.


출근하여 근무 시작 전 커피 한잔을 마시고, 오전에 연말에 치를 행사에 대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오후에는 오전의 회의 결과에 따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여 행사를 기획할 거다. 그리고 퇴근 후, 온가족이 실로 오랜만에 다같이 모여 저녁식사를 할 거다.


출근 길, 딸아이를 평소 다니는 학교가 아닌 수능 장소로 배정된 곳에 내려주는 것만 빼고는 평소와 같은 날이다. 물론 근무 시간 짬짬이 딸이 시험을 잘 치르고 있기를 마음속으로 응원하면서 하루를 보내려 한다.




2021. 11. 18. 수능일. 모든 학부모님들 그리고 수험생분들이 환하게 웃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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