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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긍정의 힘 Dec 04. 2021

연봉이 오를수록 검소해지는 이유

가장의 숙명

우리 집은 4인 가정이다. 아내만 빼고 그중 세명이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용한다. 선이 없으니 장소에 제약이 없다. 운동할 때도 그리고 산책할 때도 음악을 들으며 흥을 내거나 영어뉴스를 들으며 영어 감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장점 때문에 나는 2년 전부터 블루투스 이이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고3인 딸과 중3인 아들이 순차적으로 합류했다. 과한 걱정의 소유자인 아내만 열외다. 무선인 블루투스 이어폰이 내뿜는 전자파가 두렵기 때문이다. 매우 소신 있는 모습이다.


나는 애플의 에어팟을 통해 처음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알게 되었다. 선이 없다는 것에 놀랐고, 그리고 그 가격 때문에 한번 더 놀랐다. 출시 가격이 20만 원 정도였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2만 원대의 이어폰을 사용하던 나로서는 이해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엄두가 나지 않는 가격이었다. 이후 저가의 제품이 출시되고 나서야 나는 블루투스 이어폰 사용자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문제다.


나는 3만 원이 채 안 되는 제품(정확히는 23,500원이다)을 착용하고 당당하게 밖에 다니지만 유행에 민감한 아이들은 그럴 수 없다. 사실 나도 가끔은 내가 사용하는 제품이 너무 커서 살짝 창피할 때가 있다.


그렇게 첫째는 에어팟 2세대, 그리고 둘째는 에어팟 프로를 사용 중이다. 내가 사용하는 중국산 제품의 8배 가격이다. 이것이 바로 연봉이 오를수록 내가 검소해지는 이유다.   

<왼쪽부터 내 이어폰, 첫째 아이의 이어폰, 둘째 아이의 에어팟 프로. 내 것이 확연이 크다.>

급여가 낮았던 20대 후반에는 새집 이사 기념으로 월급의 두배 가량 정도의 홈씨어터를 장만하기도, 미국 아울렛에서는 한국보다 싸다는 이유로 가방과 옷에 거금을 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플렉스'를 더 이상 할 수 없다. 아니, 하지 않는다. 바로 아이들 때문이다. 교육비는 물론이고 식비도 만만치 않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지출은 그 몇 배로 비례하여 증가하는 듯하다.


가끔은 돈을 버는 나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들이 더 비싼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다행인 점은 아이들이 나름 본인들의 합리적인 이유와 선택에 의해 소비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고3인 딸은 아직까지 2G 핸드폰을 사용한다. 최신형의 스마트폰이 공부에 방해된다는 이유에서다. 물론, 수능이 끝난 지금 딸은 아이폰 최신형을 검색 중이다. 조만간 2G에서 단숨에 5G로 엄청난 도약을 하게 될 듯하다.


연봉이 높아질수록 검소해지는 40대. 어쩌면 부모의 숙명일 듯하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당신들의 5남매를 키우기 위해 그러하셨고, 또 내 아이들도 미래에 제 아이들을 위해 그럴 것이다.


난 오늘도 에어팟보다 크기는 두배, 성능은 절반, 가격은 1/8인 나만의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2010년대에 유행한 걸그룹 노래를 들으며 흥에 취해 청소기를 돌리고 설거지를 한다.


23,500원 짜리 블루투스 이어폰. 내 노동의 효율성을 배가 시켜주는, 그리고 내가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가정의 가장임을 느끼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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