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좋다.
난 아들이 참 좋다.
올해 고2가 되는 아들이 난 여전히 참 좋다.
세상 뽀얗고 맨질맨질했던 배에 털이 나 더 이상 배를 만지며 놀 수는 없지만,
얼굴에는 빠알간 여드름 꽃이 피어 더 이상 볼을 비비며 장난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난 아들이 좋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조곤조곤 말하는 아들이어서 좋다.
머리띠를 두르고 혼신의 힘을 다해 요리하는 아들이어서 좋다.
본인이 요리한 음식으로 온 가족 모두 맛있게 먹어도, "잘 먹었습니다."라고 말하는 아들이어서 좋다.
편의점에서도, 식당에서도, 커피숍에서도 허리를 꾸벅이며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하는 아들이어서 좋다.
장난치느라 괜스레 아들의 이름을 불러대는 아빠에게 매번 대답해 주는 아들이어서 좋다.
길을 걸을 때 이따금씩 아빠의 손을 잡아주는 아들이어서 좋다.
기분 좋을 때에는 얼굴을 들이미는 아빠의 볼에 뽀뽀해주는 아들이어서 좋다.
사회, 경제, 문화 등 아직 설익은 지식으로 진지하게 아빠와 대화하는 아들이어서 좋다.
아침잠을 깨우기 위해 손마사지를 해준다는 아빠에게 아무말없이 손을 내어주는 아들이어서 좋다.
할머니의 영정사진을 들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던 아들이어서 좋다.
무엇보다 아빠를 '심쿵'하게 하는 아들이어서 좋다.
아들의 미소는 아빠를 심쿵하게 한다.
'배시시' 미소지으며 웃을 때에는 아직도 5살 아들이다.
여전히 천진함과 순수함을 간직한 아들이다.
그 큰 눈이 가느다란 초승달이 되면 아빠의 마음이 환해진다.
아들의 미소는 힘겨운 삶에 작지만 큰 위안이다.
그래서 나는 아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