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딸아이가 태어나 육아를 하면서가장 신기함을느꼈던건아기의 몸과 움직임이 참으로 가볍고경쾌하다는 것이다.신생아 때는 엄마의 뱃속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 움직임이 크지 않았던 팔과 다리는 밖으로 나와서 마치 무게가 없는 것처럼 제멋대로 마구 움직였고, 그 뒤 커가면서는 침대 이리저리를 휙휙 굴러다니며 자는 모습이 놀랍고 새로웠다.
함께 잠잘 때 아기가 뒹굴거리다가 어느 순간 내 얼굴 위로 올라타기까지 해서 화들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난 그때마다 '어떻게 이리 자유롭게 움직이고 굴러다니지'라며 신기해했다. 얼마 전 세 돌이 지난 아이는 그라운드 이곳저곳을 누비는 축구선수 손흥민처럼 여전히 범퍼 침대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잔다.허리와 등이 아플 정도로 한 자세로 자는 아빠와는 달라도 너무나도 달라 웃음이 나온적이 많다.자랄 날들이 한참 남은 아기의 몸이 무거운 아빠의 몸보다 가볍기에 움직임이당연히 클 수밖에 없는건가생각이든다.
가벼운 몸을 지닌 아기는 깨어있는 일상에서도어른과는 참많이다르다.소파나 높은 계단에 오를 때는 언제나 점프를 하려고 하고, 놀 때는 절대 걷는 일 없이 계속 뛰어다닌다. 엄마와 아빠의 손을 양쪽으로 잡을 때는 그네를 타는 것처럼 땅에서 발을 떼기 위해발을 동동 굴리며 힘을 줘 매달린다. 가벼운 몸을 이용해 경쾌한 움직임을 만드는 데에 에너지를 아끼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가벼운 몸, 경쾌한 움직임이 고유의 특성 같은아이는 처음 도전하는 일, 새롭게 배우는 일을 대할때도 그 몸의 가짐세가 가볍고 경쾌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무서움, 두려움에 울상을 짓기도 하지만 해보겠다고 이미 결심한 일에 대해서는짧은 망설임 이후에 거침없는 시도를가볍고 경쾌하게 반복한다. 비록 한 번에 해내지 못하더라도, 실패에 짜증이 나더라도 또 해보고 다시 도전하고 결국에는 해내어 방긋 웃는다.
아이가 태어난 뒤 가볍고 경쾌한 아이의 몸과 마음가짐을 보며 때아닌 반성을 할 때가 많다. 너무 무겁고 굼뜬 내 몸과 마음가짐이 아이의 그것과는 참 다르기 때문이다. 회사 업무, 육아 핑계를 대며 원하는 일은 하지 않고, '이미 해내기는 늦었다'라며 후회만 반복하며 그럼에도 가벼운 시도조차선뜻하지 않는 삶의 태도, 방식을고쳐야겠다는 생각이자주 든다.
몇 줄을 써내려 가다가 며칠은 방치해 뒀다가 다시 쓰기를 반복한 끝에 마무리하는 이 글을 시작으로 새해에는 조금은 가볍고 경쾌한 마음가짐으로 하고 싶은 일을 이전보다 더 많이 시도하고 해내고 싶다. / 2023년 1월 31일 어른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