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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자룡 Sep 05. 2023

평범한 사람인데
글을 쓸 수 있을까요?

당신이 평범할수록 글을 써야하는 이유

“저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살면서 어떤 특별한 성취나 경험을 해본 적이 없어요.” 


글을 쓰지 않는 사람들이 흔히하는 주장이다. 정말 특별함이 부족해서, 글을 쓸 수 없는걸까? 아니다. 글을 쓰지 않기 때문에 특별해지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를 끄적거린다는 건, 남들에게 나의 지식과 열정을 공유하는 행위다. 시작은 미약할지라도, 그 끝은 창대하다는 말처럼, 반복해서 글을 쓰고 노출하는 과정에서 점차 능숙해진다. 이 전체 과정을 반복하면 글에 특별함이 생긴다. 




우리 주변을 둘러보자.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종사한 전문가들이 있다. 특정 분야에 직접적인 경험이 있으면 컨텐츠를 만드는 데 유리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직접적인 경험을 했더라도, 그 경험에서 깨달음이나 지식을 추출해내지 못하는 사람이 더 많다. 경험 그 자체가 의미 있는 게 아니다. 똑같은 경험이 같은 결과를 만들지 않는다. 



<뉴욕 타임스> 일요판에 코너 오피스라는 칼럼을 오랫동안 담당한 애덤 브라이언트는 매주 CEO를 인터뷰했다. 그는 조직의 고위급 리더에 관해서라면 세계 최고 전문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에게 자주 묻는다. 


“CEO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합니까? 조직의 맨 꼭대기로 올라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죠?” 


이 질문에 브라이언트는 이렇게 답한다. 



“누군가를 조직의 꼭대기로 올려주는 확실한 경험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장담합니다. 오히려 CEO들이 자신의 경험을 최대한 활용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CEO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어느 순간에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에서 의미를 도출한다는 점입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배웁니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리더십의 핵심은 풍부한 경험 자체가 아니라, 학습을 향한 끝없는 열망이다. 최고 수준의 성과자는 모든 경험 속에서 배우고 앞으로 나아간다. 중요한 건 경험이 아니라 배우고자 하는 의지다. 우리는 어떤 특별한 경험이 있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자신의 경험에 의미를 부여하며, 그것을 글로 표현할 따름이다. 글을 통해서 더 많은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인생의 주인이 되면서 특별해지는 것이다. 




나는 20살에 중국 하얼빈에서 유학을 시작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사력을 다해 공부했다. 유학이라고 논다는 기분을 느껴본 적은 단언코 한 번도 없다. 학업에 최대한 매진했다. 그런데 마치 다른 행성에서 산책 나온 것 마냥, 주위 친구들은 대충대충 공부했다. 아니 공부라는 말이 무색하게 탱자탱자 노는 친구도 많았다. 6달쯤 지났을 때, 아니 진심으로 이야기하면 대략 1달 정도 지났을 때 같은 출발선에 있었던 사람들과 이미 중국어 실력에서 차이가 상당히 벌어졌다. 



유학 경험은 모두가 누릴 수 있다. 막말로 돈만내면 누구나 가는 거 아닌가. 그 와중에도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자만이 성장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경험보다 누가 경험에서 삶의 철학을 얻었는지가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 경험들을 엮어서 <1년 만에 중국어 통역사가 된 비법>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를 계기로 여러 차례 강연도 했다. 평범했던 내가 글을 썼더니 다른 사람에게 인정을 받은 것이다. 




서양의 유명한 철학자 칸트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신이 살던 곳을 벗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상상만해도 삶이 너무 단조롭고 어찌 보면 지루했을 것 같다. 칸트가 살았던 1700년대는 아무리 상상을 발휘해도 지금처럼 화려하고 다채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제한적인 환경에도 불구하고 칸트는 <순수이성비판>이라는 역작을 남기게 된다. 직접 경험은 적었지만 사유는 풍부했다. 경험만이 유일한 정답이 아니다. 인간의 사유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그것 만으로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대단한 작품도 남길 수 있다. 글에 통찰력과 깨달음을 담을 수 있다면 남들에게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단국대학교 기생충학과 서민 교수의 이야기를 들으면, 왜 평범할수록 글을 써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는 본인의 외모가 평균 이하라고 깎아내린다. 그래서 어릴 때 열등감에 시달린다. 남들보다 특출난 점을 기르려고 노력한다. 그가 선택한 것은 10년간 이어지는 글쓰기 특훈이었다. 2001년 당시 드림위즈에 블로그를 개설하고, 하루 2~3편의 글을 쓴다. 누가 보든지 말든지 개의치 않고 계속 써내려 간다. 무조건 하루 두 편을 쓴다는 결의로 쓰다 보니, 별 것 아닌 소재를 가지고도 글 한 편을 뚝딱 써내려 갔다. 그는 심지어 블로그를 누군가에게 알리지도 않았다. 말그대로 폐관수련이였다. 



그는 이런 블로그를 10년 동안 운영한다. 그리고 누적된 글쓰기 실력을 가지고, 알라딘 인터넷 서점에서도 블로그를 개설하고 하루 2~3편 글을 쓴다. 5개월이 지났을 무렵 드디어 서재 포인트에서 1등을 기록한다. 그리고 2009년 11월에는 경향 신문에서 2주마다 한 번씩 칼럼을 쓰게 된다. 꾸준하게 쌓인 노력이 다양한 활동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어준 것이다. 지금은 여러 권의 책을 낸 베스트셀러 저자의 삶도 살고 있다. 




<메신저가 되라>의 저자 브랜든 버처드는 누구나 지금 당장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연구를 통해서 특별한 메신저가 될 수 있다는 주장한다. 버처드가 대학 다닐 때, 여동생 헬렌이 남자친구와 관계로 힘들어 한 적이 있다. 둘이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사귀었는데 사이가 나빠진 것이다. 여동생은 자신이 신뢰하는 오빠인 버처드에게 조언을 구한다. 재밌게도 버처드는 그 때까지 누군가와 깊게 사귀어 본 적이 없었다. 연예 상담을 하려고 해도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난감한 상황이다. 그래도 사랑하는 여동생을 간절하게 돕고 싶다는 마음에, 자신이 아는 것을 쥐어짜내서 알려준다. 



하지만 아는 게 없으니 말만 더듬을 뿐이었다. 버처드는 연예에 무지하다는 것에 좌절했다. 그래서 서점에 가서 4시간 동안 인간관계 관련 책을 전부 훑어본다. 10권이 넘는 책을 구매해서 중요한 내용을 전부 노트로 옮겨 적는다. 한 주 동안 책에서 깨달은 지식을 종합한다. 이제 다시 결전의 순간이 찾아왔다. 버처드는 여동생에게 자신이 익힌 인간관계의 정수를 유창하게 공유한다. 



그 때부터 버처드는 인정받는 ‘인간관계 메신저’로 뜨기 시작했다. 대학 캠퍼스에서 인간관계로 고통받는 친구들을 도와주었다. 하루는 여학생회에서 일하고 있는 여학생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조언을 해줬다. 그러자 그 여학생은 너무 유용하다며 여학생회에 와서 강연을 해달라며 강연 요청을 했다. 강연료도 300달러나 지불했다. 졸지에 인간관계 전문가가 된 것이다. 연예나 인간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던 버처드는 여동생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연구했다. 실제로 다양한 인간관계를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올바른 지식을 섭렵하고 정리함으로써 남들을 도울 수 있는 위치까지 성장했다. 



내가 남들보다 모든 면에서 우세하기에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오늘 종이 한장이라도 더 학습하고 경험했다면, 그것을 엮어서 한 편의 글로 나타내면 된다. 누군가는 당신의 글에 용기를 얻고,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 加油 당신의 도전을 격하게 응원한다. 



지금 당신에게 특별한 성취나 경험이 없는가? 전혀 걱정하지 말라. 글을 쓰면 본인 안에 내재되어 있던 비범함이 껍질을 깨고 튀어나올 것이다. 그리고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서 알고 싶은 분야를 연구하라. 열심히 독서하고 지식을 빼곡히 쌓아 올려라. 그리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자. 누구나 특별한 경험이 부족해도, 글을 쓸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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