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일까? 이 생각은 마치 우주 같다
우린 모두 하루씩 매일 죽어가고 있다.
매일 하루씩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이제 직면하고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일지 모른다.
나는 1기 암환자이고
당신들은 잠재적인 암환자다.
*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다가
오며가며 얼굴을 봐왔던 전 동료의 남편이자
출판계에서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라
평을 받던 한 편집자가 짧은 투병 끝에
오늘이 발인하는 날이라는 소식을 건네 들었다.
서른다섯. 뇌종양.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애써 이를 앙 다물었다.
우습지 않은가.
장례식에 초대되지도 않을 정도로,
그 소식도 알지도 못할 정도로
문외한인 내가 운다는 것이.
예전에는 장례식장에서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조차
몰랐던 내가 이제 누군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어떤 초감각인지 알 것만 같아 가슴이 저몄다.
마치 내가 이 세상에 사라진 상태를
봐버린 느낌이랄까.
*
위암으로 투병 중인 윤지회 작가님의
마지막 책이 바삐 출간되었다.
호스피스에 있는 작가님이 살아계실 때
출간하기 위해 서둘러 세상에 나온
책의 띠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고마와요. 사랑해요.”
윤지회의 마지막 이야기.
마흔하나.
*
우린 매일 하루씩 죽어간다.
우린 매일 하루씩 죽음에 가까워진다.
나는 1기이기 때문에
2기, 3기, 4기만큼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얼마나 길어질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 유예기간 동안 나의 죽음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둬야지 생각한다.
하지만 물론 아주 높은 확률로
난, 이 질문에 끝내 도킹도 못하고
우주의 파편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바로 이 질문.
“삶은 무엇일까?”
죽음으로 가고 있는 나는,
무엇을 숨겨두고
남겨둘 수 있을까.
내일의 삶에게 죽음은 묻는다.
또 죽음은 내일의 삶에게 묻는다.
그 둘은 사실 같은 얼굴이고 형제라
다른 점을 찾아낼 수가 없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