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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만화 Nov 24. 2020

우리는 매일 하루씩 죽어가고있다

삶이란 무엇일까? 이 생각은 마치 우주 같다

우린 모두 하루씩 매일 죽어가고 있다.

매일 하루씩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어쩌면 나는 그것을 이제 직면하고

죽음을 통해 삶에 대해 생각해야 할 때일지 모른다.


나는 1기 암환자이고

당신들은 잠재적인 암환자다.




*

오늘은 이상한 날이다.

점심시간에 커피를 마시다가

오며가며 얼굴을 봐왔던 전 동료의 남편이자

출판계에서 성실하고 좋은 사람이라

평을 받던 한 편집자가 짧은 투병 끝에

오늘이 발인하는 날이라는 소식을 건네 들었다.


서른다섯. 뇌종양.


자꾸 눈물이 날 것만 같아

애써 이를 앙 다물었다.

우습지 않은가.

장례식에 초대되지도 않을 정도로,

그 소식도 알지도 못할 정도로

문외한인 내가 운다는 것이.


예전에는 장례식장에서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조차

몰랐던 내가 이제 누군가 이 세상에 없다는 사실이

어떤 초감각인지 알 것만 같아 가슴이 저몄다.


마치 내가 이 세상에 사라진 상태를

봐버린 느낌이랄까.




*

위암으로 투병 중인 윤지회 작가님의

마지막 책이 바삐 출간되었다.

호스피스에 있는 작가님이 살아계실 때

출간하기 위해 서둘러 세상에 나온

책의 띠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고마와요. 사랑해요.”

윤지회의 마지막 이야기.


마흔하나.




*

우린 매일 하루씩 죽어간다.

우린 매일 하루씩 죽음에 가까워진다.


나는 1기이기 때문에

2기, 3기, 4기만큼의 시간이 있다.

그 시간은 얼마나 길어질 수 있을지 나는 모른다.

나는 그 유예기간 동안 나의 죽음에 대해서 오래

생각해둬야지 생각한다.


하지만 물론 아주 높은 확률로

난, 이 질문에 끝내 도킹도 못하고

우주의 파편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바로 이 질문.

“삶은 무엇일까?”


죽음으로 가고 있는 나는,

무엇을 숨겨두고

남겨둘 수 있을까.


내일의 삶에게 죽음은 묻는다.

또 죽음은 내일의 삶에게 묻는다.

그 둘은 사실 같은 얼굴이고 형제라

다른 점을 찾아낼 수가 없다.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https://youtu.be/9HKGbs6dM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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