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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만화 Dec 12. 2020

책을 내고 싶으신가요?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 총정리


책을 만드는 일을 한 지 십여 년이 지났다. 예전에 비하면 출판사도 많이 생겼고, 책을 낼 수 있는 루트도 다양해졌다. 자신의 글을 올릴 수 있는 다양한 플랫폼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브런치가 바로 그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유튜브를 운영하다 보니, 간혹 출판 절차에 대한 문의가 댓글로 달리거나 메일로 도와달라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출판 과정에 대해 컨설팅을 해달라는 제안이 오기도 했다. 그런데 십여 년 동안 출판사에만 몸 담고 있다 보니 자체 출판에 대해서 아는 바가 미비해 조심스럽게 거절을 했다. 독립 출판은 출판사의 일과는 또 다른  형태이기 때문이다.


출판사는 유통, 제작, 편집, 디자인, 마케팅 등 각각 담당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이중에서 내가 가장 취약한 분야는 유통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디자인과 제작, 마케팅은 편집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데 비해, 유통과 배본의 경우 영업자에게 전적으로 맡아주어서 일 것이다. (말해줘도 잘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요)


미약하나마 책을 내고 싶은 분들에게 책 꼴이 되는 글을 쓰는 법, 출판사와 계약을 하긴 했는데 앞으로가 걱정인 분들을 위해 절차와 과정에 대해 아는 만큼 적어보고자 한다.


1. 책이 만들어지는 가장 첫 걸음, 기획이다. "편집자들은 어디서 작가를 찾나요?"라는 물음을 종종 받고 하는데, 편집자는 다양한 채널에서 콘텐츠를 기획하고 작가를 찾는다. 인터넷을 하다가, 기사를 보다가, 브런치를 보다가, SNS를 보다가, 팟캐스트를 듣다가, 유튜브를 보다가 떠오른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도 하고, 두각을 나타내는 작가를 섭외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지난 4월 트위터를 보다가 '비혼세'라는 팟캐스트를 접하게 되었다. 진행자의 아이디가 너무 재미있어서 방송을 듣다가, 이 진행자가 독립출판으로 두 권의 책을 출간하고, 출판사 달과 함께 <걸어서 환장 속으로>라는 책을 출간한 사실을 알게 되어, 냅다 계약서를 들이민 일이 있다.


그뿐인가. 인스타그램에서 '고양이와 수다'를 연재하는 오영은 작가님을 섭외하기 위해 (체감상) 약 일 년간 댓글도 달고, 강연도 쫓아다니며 작가님을 섭외한 일도 있다. (오는 12월 23일에 출간됩니다)


2. 계약 조건에 대해서 궁금한 분들이 많을 텐데, 대개의 출판사는 (성인 단행본의 경우) 인세 10%로 진행된다. 판매된 부수 만큼 정가의 10%를 정산받는 방식인데, 계약금의 경우는 케이스마다 다양하다. 계약금은 선인세의 형태로, 출간 후 정산될 인세의 일부를 미리 드리는 형태이다. 이밖에 출판 계약에는 전자책 발행권, 해외 수출권, 2차 사업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꼼꼼히 살펴보고 조정을 요청하며, 적극적으로 반영을 해줄 것이다. (출판사놈들 그렇게 나쁜 놈은 아니거든요)


3.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면 이제부터 기획에 맞게 목차를 짜는 일이 진행된다. 목차는 시나리오의 시놉시스 같은 역할로, 책 집필에 길잡이가 되는 역할을 한다. 목차가 잘 짜여졌다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이에 맞게 글을  착착 써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목차가 중요하다고 하는 거다. (글을 쓰다 보면 생각도 바뀌고, 트렌드도 바뀌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향도 달라지기 마련이라 바뀌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편집자와 논의하여 조금씩 노선을 바꿔가면 된다. 전혀 문제 안 됨)


4. 원고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작가마다 다르다. 생각보다 한 권의 책이 될 만큼 글을 쓴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어느 정도 작업된 콘텐츠라면 좀 더 빠르게 편집에 들어갈 수 있지만, 처음부터 집필을 해야 되는 상황이면 넉넉 잡고 1년 정도를 잡는 편이다. 1년을 넘기는 경우에는 장기 미제의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언젠가 팟캐스트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가장 훌륭한 작가는 글도 잘 쓰고, 마감도 잘 지키는 작가이고, 두 번째로 좋은 작가는 글은 못 쓰더라도 마감을 잘 지키는 작가다"  이 이야기는 정말 맞는 말이다. 원고가 수중에 있다면 좋은 글이 되도록 편집자와 함께 만들어나가면 되지만 원고가 없다면... 출판사의 일정에도 차질이 생기고, 편집자의 성과에도 타격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에 주면 좋겠다. 그러니 쓰자. 못 쓰더라도 붙잡고 쓰고, 마감날 들이밀자.


5. 마감의 경우, 한번에 완성된 원고를 달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문학 제외) 작가님의 성향에 따라 주마다, 달마다 어떻게 마감을 할지 정하고, 조율하면서 진행한다. 닦달은 그리 하지 않으니, 지레 겁부터 먹지 마시길.


6. 1차 원고가 들어오면 PC 교정에 들어간다. 이때 교정교열을 보면서 작가님꼐 수정 의견과 문의 등을 적어 회신한다. 작가가 이것을 보고 원고를 수정해서 주면 한 번 더 검토를 마친 뒤 디자이너에게 원고를 전달해 조판이 시작된다. (조판은 책 판형에 맞게 글이 앉혀지는 것을 말한다)


7. 아, 조판 전에 디자이너와 책의 판형(크기)과 본문 시안을 정한다. 시안 회의를 다각도로 (작가님, 마케팅실 등과 함께) 거친 후에 확정된 최종 시안에 원고를 모두 흘리게 된다.


8. 이제부터 1교부터 최대 10교까지 보게 된다. 인쇄소에 데이터를 전달할 때까지 크고 작은 수정까지 모두 포함하면 보통 8교 정도는 보는 것 같다.


9. 편집자와 작가가 교정을 보는 동안 디자이너는 표지와 차례, 작가의 말 등을 디자인한다. 표지에 일러스트가 필요하다면 일러스트를 의뢰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다양한 시안이 나오면 최선의 시안을 선정하여 디테일한 작업에 들어간다. 책의 페이지와 종이의 그램 수에 맞게 책등 너비를 정하고, 표지에 후가공을 어떤 식으로 넣을지 등등. (책 제목과 띠지 문구 쓰는 일은 넘나 중요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10. 그렇게 마감의 날이 다가오면 이제 제작팀과 논의하여 종이를 선정하고, 발주를 진행한다. 이때 책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환산하여 책의 정가를 정하기도 한다.


11. 그렇게 마감을 하면 인쇄소에 데이터를 넘기고, 인쇄에 들어간다.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인쇄소에 방문해 인쇄 상태를 보며 색을 디테일하게 조정한다. 이 과정을 인쇄 감리라고 한다.


12. 무선제본의 책의 경우 일주일, 양장제본의 경우 약 이주일 정도가 소요되어 물류센터에 입고되면 이제 온라인 서점과 오프라인 서점에 배본된다. 이제 독자에게 배달될 차례.


13. 이제부터는 마케팅이 시작된다. 요즘에는 작가님들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참여해주셔서 좋은 성과를 내는 일이 많다.



이렇게 책 한 권이 만들어진다. 물론 책의 컨디션에 따라서 더 많은 일들을 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이런 과정을 통해 책이 만들어진다. 책 한 권이 만들어지기까지 정말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다. 그래서 편집자는 어떤 면에서는 커뮤니케이터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기발한 것도, 꼼꼼한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사람이라면 더할 나위 없는 것 같다.



*올해 마지막 마감한 도서를 토대로 책이 만들어지는 모든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습니다. 영상으로도 도움이 되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T8cpvdEYaCE&t=29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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