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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사만화 Aug 11. 2021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경험하길

백만 시간의 법칙


좋아하는 작가님이 이효석 문학상을 탔다. 후보에 들기만 해도 우수상이라는데 대상을 탔다는 소식에 작가님과 나누었던 조용하지만 힘 있던, 쓸쓸하지만 깊은, 끝없이 탐구하던 그녀의 세계가 다시 한번 인정받있다는 생각에 나는 감격했다. 어쩌면 그녀를 통해 인생을 건 염원과 노력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보아서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하나님에게 섭섭함을 갖고 있는 종교인이다. 내가 기도하는 것들이 늘 번번이 반대로 이뤄지곤 했다. 그것을 무수히 경험하고 보니, 유치하게 차라리 내 속내를 숨겨야겠다는 생각에 미치게 됐다. 이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늘 반대로 펼쳐지니, ‘나는 바라지 않지만 하나님이 그러하시다면 (기꺼이) 따를 수밖에요,라는 마인드를 세팅하게 된 거다. 이십 대는 온통 이렇게 보낸 것  같다. 기대와 좌절의 반복으로.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염원이 찾아오면 동시에 방어적인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가 상처받는 게 죽기보다 싫어서. 유사시에 덜 슬프고 싶어서.


‘네가 원하는 건 다 안 이루어져.’ 참으로 불행한 생각의 습관이었다. (이 문장을 글로 쓰는 동안에도 나는 순간적으로 급격한 우울과 두려움을 느꼈을 정도다.) 그러나 살면서 기대할 것이라는 게 아주 단순해지기 시작했다. 암환자가 되면서는 살아야 한다, 행복하자는 것 외에는 중요한 게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혼자 살다 보니 <월든>의 소로처럼 씩씩하고 자유롭게 느긋하고 풍요롭게 사는 것을 고민하게 되었다. 기대라는 허황된 사치는 매우 현실적인 사는 문제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나라고 왜 기대하는 게 없겠는가.


코인 투자로 돈도 불려보고 싶고,

시골집도 갖고 싶고,

사는 집도 방 하나가 더 생겼음 좋겠다.

내 강아지 사료값, 미용값, 병원 치료값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좋겠고,

직장인으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도 충만한 성과를 이뤄보고 싶다.


그리고 자유롭게 글을 쓰고 (매우 주리를 틀지만)

콘텐츠를 만들고

내내 순심이를 돌보고

천천히 먹고 마시고 싶다.


마흔을 앞둔 지금은 기대하는 대신 경험한다. 서두르는 대신 무르익기를 기다린다. 나이를 먹는 것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인생의 잠깐 정도는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은 주는 것 같다. 하다 보면 된다는 걸, 아주 작은 걸음들과 시간이 모여야지만 한걸음 뗄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은 좀 알겠다. 작가님이 연달아 두 개의 문학상을 수상한 데에는 그 작은 걸음들을 떼던 시간들이 모여 하나의 족적을 남긴 것이라는 것을. 그러니 기대에 상응하는 결과는 결국 우리의 시간과 실질적인 노력을 수반하는 일임이 분명하다.


오늘 나는 구멍 가득한 소설 시놉을 쓰는 것으로 매우 작은 걸음을 떼었다. 그리고 누워서 유튜브를 보는 대신 일기를 끄적였다. 내 잔잔바리 걸음, 매우 귀엽지 아니한가.


당신이 무언가를 기대한다면 경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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