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속에서 죽음
버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오늘 오래 사용한 메밀 베개 2개를 버렸다. 그리고 냉장고에서 방치된 참외 2개를 버렸다.
멍든 참외를 보는데 왠지 나 같았다. 노란 빛깔 위에 생긴 검은 반점, 그곳에는 곰팡이가 피어나려고 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참외를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내게 의미있었던 올해 첫 여름과일었는데 냉장고 속에서 잊혀져 버틸 만큼 버티다가 속에 독을 피워낸 참외. 노랬던 표면이 점점 퍼래져 하얀 솜털과 푸른 솜털이 뒤덮힐 차례였다.
죽음.
그것은 죽음이었다.
나는 오늘 죽은 것을 버렸고, 죽어갈 것을 생각했다. 죽은 사람들의 기사를 읽었다. 살아있는 것들은 왜 이렇게 연약할까 생각에 잠겼다가, 서글퍼진다.
신에게 받은 하루를 냉장고 속에서 썩히지 말아야겠지. 산자는 게으르게 먼지처럼 부유하며 내 몸에 곰팡이가 핀 데가 없는지 알몸을 살핀다.
(그냥 제목이 좋아사 읽어야지 했던 책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