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술을 한잔 이상씩 마셨던 내가 10일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
10일 동안 겪었던 감정들과 신체의 변화를 기록해본다.
요즘 집에 라디오를 틀어놓고 있다. 어제는 처음으로 김이나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틀었는데, 마침 누군가 내 마음을 대신하듯 사연을 보냈다. 포기하고 얻은 것이 있다면 사연을 보내달라고 했는데, "맨날 마시던 술을 포기하고, 라디오를 듣고 있어요. 새로운 친구가 생긴 기분이에요." 라고.
"정말 잘하셨어요. 우리는 술에 취해 있는 것보다 맨 정신으로 해야 할 게 너무 많아요. 더 많이 대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누어야 해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김이나가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집에서 술 대신 무알콜맥주를 마시며, 안주는 먹던 대로 먹고 있다. 원래 먹던 식사 양보다 늘어난 것 같다. 그리고 평소에 단 게 많이 땡긴다! 보상 심리인 것 같다. 이대로라면 몸무게가 훅 늘 것 같다. 먹는 것 말고 다른 보상이 없을지 생각해 봐야겠다.
주말 저녁 같은 때, 남편은 작정하고 보급용 위스키를 딴다. 토닉워터에 타서 간단하게 만든 하이볼을 몇 잔씩 마시는데, 식사가 끝날 즈음 점점 취해가는 남편을 볼 수 있다.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보면서, '난 술 취한 티 별로 안나'라고 자신만만하던 예전의 내가 부끄러워졌다. 아마 남편도 자기가 취했다는 걸 모를 거야.
같이 마시며 취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나라도 안취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 남편의 취기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 지 몰라 당혹스러운 와중에 기분이 좀 나아진다.
백화점에 갔다. 크리스마스, 연말 이라고 와인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귀여운 산타모자까지 씌워놓다니 반칙이다. 집 냉장고에 있는 시원한 샴페인이 생각난다. 언제든 남편과 함께 마셨던 샴페인.. 이제 평생 못 마신다고 생각하니 왠지 좀 억울하다.
오랫동안 끊으면 한 번쯤 축하주로 마셔도 되지 않을까? 휴가를 가서도 못 마시는 건가? 따뜻한 나라에 놀러 가서도? (그럴 때만 마실 수 있었다면 이렇게 금주할 일이 없었겠지) 순식간에 여러 희망이 떠올랐다가 가라앉는다. 다시 시작하면 그대로 중독의 길로 들어서겠지. 몇 번의 금주 경험을 한 덕분에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반짝거리는 와인병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고 왔다. 매일 술을 한잔 이상씩 마셨던 내가 10일동안 술을 마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