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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운 May 03. 2024

이름 붙이기와 이름 불리기, 명칭과 호칭의 중요성

이름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오죽하면 개명을 하고, 작명소가 있으랴? 우리는 조상 대대로 이름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름이 인생에 큰 영향을 준다고 믿어 소중하게 여겨 어른이 되면 이름 대신 ‘자(字)’로 부를 정도였다.


이름은 정체성을 규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상의 이름이 정체성과 어울리는지 고민한다. 특히 집단이나 조직은 이름이 곧 정체성이다. 무기체계에 붙이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군함이나 잠수함, 항공기, 전차, 미사일 등의 무기의 이름은 임전(臨戰) 의지를 천명함과 동시에 그 무기의 존재 의의다.


한편 이름은 붙이는 것이고 호칭은 불리는 것인데, 호칭이 이름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남성이 가정에서는 아빠, 직장에서는 과장 또는 부장 등으로 불리는 것처럼, 호칭은 관계와 역할도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참에 군의 호칭인 ‘군대’라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군대는 군을 전체적으로 지칭할 때 쓴다. 그런데 ‘군’이라고 하지 왜 ‘군대’라고 했을까? 사전에는 군대(軍隊)나 군(軍)이 같다고 나온다. 일정한 규율과 질서를 가지고 조직된 군인의 집단이라는 뜻이다. 같은 뜻임에도 불구하고 군대와 군의 느낌은 다소 차이가 있다. 일단 ‘군(조직 또는 군인 사회)’에서는 군대라는 말을 잘 쓰지 않는다. ‘군’은 ‘우리 군’ 또는 ‘부대’라는 말을 더 많이 쓴다. 군대는 보통 군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이 군을 부르는 말이다. ‘군대 문화’ ‘군대에 간다’라는 말을 보면 그런 느낌이 든다. 원래 그런 의미는 아니었겠지만, 많이 사용하다 보니 ‘사회와 다른’ ‘사회가 아닌’이라는 뜻이 포함된 것이다. 국군이나 타국군을 통틀어서 일컬을 때도 군대라고 하는 것을 보면 군대는 국적과 관계없이 사회와 대비되는 군 조직을 이를 때 쓰는 것으로 이해된다.


호칭은 표면적 의미보다 쓰이는 맥락이 더 중요하다. 맥락을 통해서 그 호칭의 의미가 더 정확해지기 때문이다. 군대는 사회와 다른 세상이라는 의미가 있다. ‘군대를 간다’ ‘군대문화’가 그 예인데, ‘내가 원래 있던 곳인 사회를 떠난다’ ‘사회문화와 다르다’는 의미로 쓴다. 그런데 군이 과연 사회와 별도의 세상인가? 기업이나 군 외의 다른 국가 조직도 사회와는 약간 다른 고유의 분위기가 있다. 군대는 군에서도 잘 사용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사용을 삼가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군대는 사회와 대치되는 집단이 아니다.


군대에 들어오는 구성원은 사회에서 양성된다. 군의 구성원은 곧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 군인은 군복 입은 민주시민인 것이다. 그런데 왜 사회문화와 군대문화를 대치할까? 전쟁도 군인만 하지 않는다. 요즘 전쟁은 국가의 모든 역량이 투입되는 총력전이다. 통합방위를 그래서 한다. 만약 군과 관련된 문화를 지칭하려면 ‘전쟁문화’가 맞다.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지고 대비해야 하는 대상이라는 의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군대에 간다’보다는 ‘군 복무를 한다’, ‘군대에 있다’ 보다 ‘군 복무 중이다’라는 말을 써야 하는 것도 같은 이유이다.


하물며 군이 스스로 ‘군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어색하다. 굳이 군이 나서서 사회와 다르다고 주장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군대부호’보다 ‘군사부호’ 또는 ‘전쟁부호’가 더 세련된 표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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