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도, 변화도 정체되는 곳
공무원이나 정부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운전하다가 '상습정체구역'이라는 푯말을 봤다. 상습적으로 막히는 도로이니 참을성을 가지고 운전하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마침 이 푯말을 식별했을 때는 교통체증에 시달릴 때여서 짜증내지 말라는 뜻도 있는가보다 하고 생각했다. 한편으로는 네비게이션에서 이런 것도 고려해서 길 안내를 해 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생겼다. 다음부터는 이 길을 이용하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했다.
초행길에 이 푯말을 본다면 이 도로가 원래 그런 도로려니 할 것이다. 푯말을 식별하고 도로에 접어드는 경우보다 도로에 이미 접어들어 체증에 시달리다가 이 푯말을 발견하는 게 보통의 경우이니 말이다. 진작 발견할 수 있게 미리 설치해 놓으면 안될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교통 체계에 대한 비판적인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는 고속도로 통행료를 내면서까지 교통 체증을 겪어야 하는가?", "고속도로가 막히는 시간에는 통행료를 면제하든지 할인해 주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사람들이 정한 목적지가 다들 비슷해서 이렇게 밀리나?" 등이었다. 그러던 중 상습정체구역이라는 푯말을 설치하지 말지라는데까지 생각이 확장됐다. 왜냐하면 '상습정체구역'이라고 간판을 붙여 놓을 정도면 하루이틀 일이 아닐텐데, 이 푯말만 붙여 놓고 도로 이용자들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습정체구역이면 정체가 되는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것도 상습적으로 생긴다면 도로의 모양이나 교통 체계가 잘못되어 있다는 말일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해결해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 터인데, 푯말을 설치한 것은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참으라는 강요로 이해돼서 짜증이 났다. 마치 '이용객들은 도로가 막혀서 답답하더라도 좀 참아라' 식으로 무책임한 행위를 푯말이 말해주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내 생각은 '상습정체구역'이라는 푯말만 설치해 놓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푯말은 '문제는 알고 있지만 당장 해결하지 못하니 좀 참아라'로 이해된다. 만일 푯말을 붙인다면 '이러이러한 조치 중'이라는 부가적인 설명도 덧붙이는 게 도로 이용객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닐까?
당국에서 그런 조치는 당연히 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리고 여러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많아서 당장 조치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설마 그냥 놀고 있으랴?
투덜대는 내 귀에 성질 급하고 오지랖 넓은 아재라는 잔소리가 또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