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종말
김연경은 행운아이다. 국가대표에서 은퇴한다고 많은 사람이 축하해 주니까 말이다. 그런데 세상에는 축하받지 못하는 은퇴도 많다. 은퇴라는 게 인생의 모든 일에서 생길 수 있는 것인데 나오는 것이 은퇴 아닌가?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는 알려졌지만, 유명하지 않은 선수도 있다. 유명하지 않은 건 물론이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은퇴도 있다. 군인, 소방관, 경찰은 물론이고, 그냥 회사도 마찬가지지 뭐.
은퇴는 다 축하를 받아야 한다. 조폭도 은퇴를 하는 마당에 나쁜 짓에서도 은퇴하면 축하받고 앞날에 행운이 깃들기를 기도하는데, 하물며 나쁜짓이 아닌 일임에랴.
결과가 좋으면 다 좋다. 보통 과정이 좋은 경우 결과도 그에 상응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많긴 하다.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초반에 나쁜 짓을 했지만 중간에 개과천선 한다면 어떨까? 나쁜 짓을 하다가 깨달은 바가 있어 좋은 사람으로 바뀐다면? 원래 좋은 사람보다 나쁜 사람이었다가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 아닐까? 좋다가 나빠지기는 쉽지만 나쁘다 좋아지기는 꽤 어렵다. 그런데 우리는 인간이란 원래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나쁜 사람은 계속 나쁘고 좋은 사람은 계속 좋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인생이 어디 그러랴. 꽃마다 개화 시기가 다른 것처럼 삶의 지혜를 깨닫는 시기도 사람마다 다른데 과거에 그랬다고 지금도 그러리라 생각하는 것은 가혹하다. 그리고 과거의 실수로 현재와 미래까지 재단당하는 것도 가혹한 일이다. 그래서 법적으로 사면이라는 제도가 필요한 것일 수도 있다. 영영 매도된다면 아예 삶을 포기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요즘 학폭과 음주운전으로 열심히 쌓아 놓은 명성을 한순간에 날려 버리는 사람이 많다. 최근에 발생한 일로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시간이 꽤 지난 과거의 일이 드러나 매도되는 경우도 많다. 가해자는 잊을 수 있겠지만 피해자는 평생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용서받을 수 있는 잘못이 있고, 그렇지 않은 잘못이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는 나의 가치는 남이 평가한대로 매겨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위로가 된다. 나쁜 짓을 해도 정신적으로 승리하라는 말로 들릴 수 있겠다.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한 심리적 기반을 만들어주는 방법이라고 이해해야 할까? 은퇴할 때는 이런 모든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한 점 부끄럼없는 생활이 가능하냐고 물을 수 있지만, 최소한 그렇게 노력했음은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은퇴할 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