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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스러움은 무엇인가?

by 혜운

사진출처: 네이버 인플루언서


어른스러움이란 감정을 감추는 능력일까? 아니면 그것을 포장해서 전달할 줄 아는 지혜일까. 어쩌면 진짜 어른스러움이란, 감정을 무시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표현할지를 아는 태도일 것이다. 가끔 감정이 여과 없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특히 마음속 깊이 품고 있던 주제나 생각과 맞닿은 이야기가 들려올 때, 나도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온다. 그런 순간마다 생각한다. 나는 과연 내 생각을 충분히 정리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모든 사안에 대해 내 나름의 기준과 해석이 있다면, 고민이라는 행위조차 필요 없어질 텐데. 판단은 저절로 따라올 테니까.


하지만 그렇게 단단해지면, 너무 둥글둥글해져 버리진 않을까. 세파에 시달린 끝에 각을 잃고 둥글게 굴러다니게 되는 것, 그건 어른스러움이 아니라 체념이 아닐까 반문한다. 세상과 타협한 나머지 나다움을 잃어버린다면, 그것은 어른이 되었다기보다 내면의 중심이 희미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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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 다녀오면 사람이 된다고들 한다. 하고 싶은 걸 할 수 없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곳인 군에서의 체험이 한 인간을 '어른'으로 만든다는 말일 것이다. 어른스러움이란 결국, 감정이나 욕망의 충동에 휘둘리지 않고 '해야 할 일'을 분별할 줄 아는 능력이다. 하고 싶은 것을 참을 줄 알고, 하기 싫은 것을 해낼 줄 아는 힘 말이다. 그것은 단순한 인내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지키며 외부 세계와 조화를 이루려는 능동적인 태도이다.


이런 어른스러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누군가는 고난을 통해 단련되고, 누군가는 사람 사이에서 부딪히며 익힌다. 어른스러워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세월이 자동으로 어른을 만드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을 바라보는 시각을 잘 키워야 한다. 감정의 이면을 읽고, 충동의 근원을 파악하려는 끈질긴 성찰 말이다. 결국 어른스러움이란 '어른'이라는 무엇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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