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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Jun 20. 2023

[30대 대장암]3. 수술, 재활

3.수술~재활, 잘 가 암덩어리들아

2일에 입원을 하고 4일에 수술을 했다.

2일까지는 아무 생각없었다. 생리 터져서 좋고 생리 빨리 끝나라는 생각만 했던 거 같다. 그리고 3일에 관장을 하는데 어휴.... 진짜 인턴과 간호사도 못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의 엉덩이 똥꾸녕 들여다보면서 약 넣는 일이란 ㄷㄷ

그리고 대망의 4일.

아침부터 콧줄을 꽂는데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분명히 9시에 꽂는다하셨는데 왜 7시부터 오셔서 꽂으시는 거죠? 인턴도 울고 나도 울었다. 콧줄은 수술시간 중 폐에 공기가 잘 들어가게 하려고 꽂는 거 같았는데 진짜 맨정신에 꽂으려니 힘들었다. 더 소름 돋았던 건 그나마 이게 얇은 콧줄이라는 거!

 콧줄 꽂고 컨디션이 확 나빠졌다. 건너편 베드 할머니께서 날 보더니, "어이구 저 처자는 처음왔을 때는 참 예쁘더니만 하루아침에 병자가 되어부렀네." 하셨다. 남편이랑 나랑 킥킥대고 웃었다. 할모니 웃기지 마시라구요~ 웃을때마다 식도에 콧줄 느껴진다구요~

 이후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고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술 중에 혈액순환이 잘 안되기 때문에 의료용 압박스타킹 꼭 신으란다. 그와중에 의료용 압박스타킹은 생각보다 쫀쫀하고 퀄리티가 좋아서 나중에 비행기 탈 때 신어야지 이 생각을 했다. 그렇게 마취과 침대에 누워서 수술실로 옮겨진 때가 오전 10시23분이었다.




 눈을 떴다.

 내 옆에 빨강색 무통주사, 수액, 영양제가 꽂혀 있었다. 남편 말로는 한 3시간만에 수술이 끝난 거 같다고 했다. 2시 좀 못되서 회복실에 20분정도 누워있다가 왔다고.


무통주사는 처음 맞아봤는데, 지난번 맹장때보다는 덜 아팠다. 마약성진통제라 그런가 전체적으로 멍한거 같기도 했다. 사실 이 통증보다도 콧줄이 너무 괴로워서 콧줄이나 빼고 싶었다. 콧줄빼면 살 거 같은데.. 다음날 엑스레이 찍을때까지 안 빼준단다.


그리고 남편이 열심히 소변통을 비워줬다. 사실 난, 정신이 들다가말다가 해서 소변줄을 꽂고 있는 줄도 몰랐다. 중간에 소변이 다 새버려서 그제야 알았다. 시트가 다 젖었는데, 간호사 선생님은 내가 누워있는 상태에서도 시트를 슥슥 잘 갈았다. 남편이 소변통을 비우고 젖어버린 속옷을 버릴까 하고 물어본다. 이제는 남편이 타조 같지 않았다. 결혼 5년 차에 암 걸린 와이프 수발을 드는 남편이 보였다. 죽을 병 아니잖아! 라고 소리지르던 사람이 보였다. 왠지 작은 웃음이 났다. 우리는 함께 늙어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 당일 하루는 정말 시체처럼 누워있었고, 콧줄때문에 짜증만 냈던 거 같다. 그래도 펜타닐 진통제는 그렇게 많이 안눌렀다. 막상 누르니 메스꺼워서 그런대로 견뎠다.


     



수술 다음날(2일차)

콧줄 소변줄을 제거 했다.  매일 드레싱을 하고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실 이때까지도 진짜 움직이기가 힘들었다. 제정신도 아니었고 잘 걷지도 못했다. 하지만 장이 유착되면 안되기 때문에 무조건 걸어야했다.  

 아침마다 엑스레이를 찍어서 현재 내 상태를 보기 때문에 나는 항상 5시에 가서 1등으로 찍고, 한적한 1층 복도를 한 40분정도 걷다가 올라왔다.


그리고 매일 소독을 해야하기 때문에 배를 까는 순간이 한번은 온다.

구멍을 4곳을 뚫어서 수술을 하고 마지막에 배꼽 주위로 상처를 좀 내서 암덩어리를 꺼냈다고 한다. 나의 암덩어리는 가로 7.5cm에 세로 5.5cm였고 통상 이정도 암덩어리가 자라려면 최소 5년 이상쯤 걸리는데, 나는 나이가 젊기 때문에 더 적게 걸렸을 수 있다고한다. 우측 하복부가 수술부위였고, 지금은 핏줄을 꽂아두었다. 의료용 스테이플러는 차례차례 하나씩 제거했다.


그리고 걷기 운동을 하라고 해서 복대를 차고 움직였다. 복대를 차는 것은 일어서 있을때 탈장이 일어날까봐 차는 것이라고 한다. 알게 모르게 복대가 편해졌다.


걷기 운동 하다 밖을 보니 가을날씨가 너무 좋았다. 단풍이 울긋불긋하게 들어 있는 산과 푸른 하늘 보면서 감동 한 번 하고 다시 걷기 운동을 반복했다.


    




수술 3일차는 물, 이온음료만 수술 4일차는 죽을 조금씩 먹었다. 한 4일쯤 지나니까 정신도 조금 돌아오는 것 같았다.

입원했던 2일부터 6일까지 아무것도 못 먹다가 7일(수술 4일차)이 되어서야 죽을 조금씩 먹었다. 사실 별로 밥맛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었다. 배가 이렇게 아프다가 저렇게 아프다가 했기 때문에 뭔가를 먹는 게 더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먹어봐야안다하셔서 일단 죽을 조금씩 먹었다.

 다행히 가스는 한 수술3일차에 다행히 나왔고, 검은 설사도 4일차에 죽 먹고 나왔다! 이제 좀 뭔가 마음이 편해지는 거 같기도 했다.

 

이제 식이를 시작하기 때문에 펜타닐 무통주사는 떼야한다고 했다. 확실히 무통주사를 떼니까 좀 뻐근하고 다른느낌이 통증이 있긴 했는데 그런 대로 견딜만 했다. 진통제를 아예 끊기는 좀 그러니까 일단 이 병원에서만큼은 주는 약을 다 먹는 걸로 했다.

그리고 영양과에서 와서 식이 방법에 대해 강의를 했다. 현재 장이 약해져있기 때문에 섬유질이 많거나 질기고 자극적이며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절대 먹지 말고, 죽과 진득한 하얀밥으로 천천히 먹어야한다고 했다. 적어도 6주까지는 그래야하고, 내가 좋아하는 당은 절대 먹지말고 ㅎㅎ



     



최초진단을 받고 2주만에 수술까지 왔다.

다소 이르거나 섣부른 결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걱정을 안하지는 않았다. 근데 나중에 선생님이 보여주는 수술 때 찍은 사진을 보니까 진짜 응급은 응급이었다 싶었다. 진짜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지, 늦게 발견했으면 온통 전이 되었을 게 너무 뻔했다. 그 사진 갖고 가끔보면서 경각심을 일깨워야겠다.


 나는 대장암이 너무 이른나이에 발병했기때문에 사후관리가 훨씬 더 중요하다. 근데.. 누구나 그렇겠지만 열받으면 미친듯이 폭식+폭음하게 다. 퇴원이 곧 다가오고 있는데.. 열심히 운동하고 식이해서 재발은 막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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