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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Jun 20. 2023

[30대 대장암] 4. 퇴원

4. 퇴원_1차적 표준치료는 끝났다

 수술이 끝나고 어느 정도 회복하게 되자 대학병원에서는 바로 나가라고 했다. 나는 며칠 더 있고 싶었는데, 하루하루 갈수록 수액도 떼고, 무통도 떼고, 영양제도 떼고, 정맥주사도, 피주머니도 떼어버려서 진짜 이제는 나가야겠다 싶었다. 정말 움직이지 못했었는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나니 걷기도 하고 먹기도 하고 잘 지낸다. 정말 인체의 신비는 대단하다.


  퇴원 전 2일 동안은 거의 아무것도 몸에 안 달고 걷기 운동만 했다. 남편은 이제 출근을 해야 해서 나 혼자 5일 정도 지냈던 것 같다. 아침 4~5시에 피검사하고 영상과 가서 엑스레이 찍 반복되었고, 약 먹고 밥 먹고 운동하기가 대부분이었다. 먹고, 걷기가 이다지도 중요한 일이었구나를 새삼 느끼면서 병원을 거의 휘저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병실을 쓰시는 분들과도 안면을 트게 되었는데, 60대 폐암환자, 90대 피부암 환자, 70대 복부 GS 환자 2명 그리고 나 이렇게 5명이 있었다. 그중 90세가 넘으신 할머니와 유독 눈이 자주 마주쳤는데, 할머니는 피부암이라셨다. 다른 4명은 아파서 밥도 잘 못 먹었는데, 그 할머니는 피부암이셔서 그런지 5명 중에 식사는 제일 잘하셨고 연세에 비해 표정이 너무너무 좋으셨다.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 할머니의 미소가 신라 천년의 미소 기왓장 같았다.  나는 참 운이 좋다고 생각했다. 5인실에 까다로운 사람도 없고 다들 서로 도와주려 하고 따뜻했으니까. 할머니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고운 미소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병원에서 보내는 동안 밖의 날씨는 너무너무 좋았다. 가을이 어느새 지나가고 있었다.  창밖이 항상 푸르러서 기분이 나쁘진 않았던 날들이었다. 어쩌면 여름에 입원한 거보다 나았는가 싶기도 했다.


근데 밥은 진짜 맛없었다. 이미 죽은 먹고 싶지도 않았다. 반찬으로 나온 동태 전은 평소 같으면 손도 안 댔을 건데, 다른 게 맛이 없어서 동태전과 오징어국물만 먹었다. 많이 먹을 수도 없고 빨리 먹을 수도 없고 약 냄새와 밥 냄새는 역하고 그랬던 거 같다.


 퇴원 날 아침에 같은 병실에 있던 90세 되신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많이 도와주신 전문간호사선생님과 병동간호사선생님들에게도 인사드리고 떠났다.


    




근데 병원비 계산을 하는데, 나는 산정특례가 되면 자부담 병원비의 5%만 무조건 내는 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우선 원무과 선생님이 오늘 내가 가퇴원이라 355만 원이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산정특례 되었냐고 물으니, 산정특례하면 230만 원이란다. 응?? 어떻게 그렇지??

일단은 계산을 하고, 여기저기 검색해 봤는데, 진료비의 무조건적인 5%는 아닌 거 같았다. 나중에 진료비세부내역서 보면서 판단해야겠다.


 나는 수술 문합부 새는 것도 없었고, 수술 부작용도 없는 편이었으며 내 발로 걸어서 갈 수 있을 정도의 컨디션을 회복했다. 사실 1차적 표준치료인 대장암 수술이 끝난 건, 치료의 80%가 끝난 거나 다름이 없다.(적어도 이때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항암을 해야한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너무 급박하게 선택한 병원과 의료진이었지만, 수술이 잘 되었고 내 선택이 정답이 되도록 일이 진행되고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그렇게 대학병원에서 나와 요양병원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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