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대장암] 5. 요양병원 입원
5. 요양병원 입원_나 구타당하는 거 아니겠지?
대장암 수술했던 병원에서 퇴원하고 요양병원으로 갔다. 처음에는 달맞이에 있는 ㅎ아니면 중구에 있는 ㅎ한방병원으로 가려고 했는데 안내 전화가 영.... 전혀 아닌 거 같아서 광안리 쪽으로 가게 되었다.
사실 요양병원 가기 전에 너무 무서워서 진짜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더 대학병원 퇴원을 하기 싫었던 것 같기도 하다. 요양병원이라는 데를 처음 가는 데다, tv에서는 요양병원 구타, 감금 이런 내용이 너무 많아서 나도 혹시 감금당하면 어쩌지 이런 두려움이 몹시 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 상태로 집에 갈 수는 없어서 가기로 했다.
내가 요양병원을 선택한 목적은 3가지였다.
1. 3끼 식사를 고르게 챙길 수 있을 것
2.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이 가능한 곳일 것
3. 너무 비급여 항목을 강조하지 말 것
사실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기에 그냥 고민하다 광안리의 한 곳을 택했다. 예전에 있던 다른 요양병원이 새롭게 리모델링한 곳이라는데 여성전용 암전문이라는 것도 맘에 들고 웹상으로도 나름 괜찮아 보였다. 사실 블로그나 힐링미 사이트 같은 데에 후기가 별로 없어서 뭘 택해야 할지는 모르겠었지만 그냥 모험을 해보기로 했다.
첫날 신기해서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다도, 요가, 반신욕 등 여러 편의 시설이 있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일단 내가 사용한 침대는 굉장히 맘에 들었다. 라텍스 매트리스를 사용하는데, 좀 따뜻하고 푹신했다. 모션베드로 등받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고, 개인용 티브이가 따로 달려있어서 이어폰 꽂고 개인적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좋았다.
병실 바닥은 맥반석으로 깔았다는데 그래서인지 상당히 더웠다. 잠시 저기서 잠들면 엄청 땀이 났다. 이렇게 한 이유가 암이 열에 약하다는 점을 감안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히터를 틀면 윗 공기만 따뜻해지고 기관지에도 안 좋으니까 맥반석 바닥을 만들어서 아예 구들장처럼 데우는 것이라고 했다. 암환자는 항상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걸 하나 배웠다.
다행히 같은 병실을 사용하시는 분들도 다 괜찮아서 조금 덜 외로웠다. 감금 구타는 없는 병원이었다. 어휴 괜히 걱정했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식사. 식사가 제일 중요하다. 식사 때문에 요양병원을 선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는 유독 밥이 잘 나오는 병원이라고 소문났는데, 반찬마다 뚜껑 하나하나 다 덮어놓고 식탁에 세팅해 두면 본인이 와서 먹기만 하면 되도록 나왔다. 전부 유기농 재료를 쓰고, 영양설계를 잘해서 맛있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냥 먹으면 되니 편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불안감과 우울감이 몰려왔다. 수술이 지나고 나면 진짜 시작이기 때문에 몰려오는 앞으로 에 대한 두려움인 것 같다. 사실 앞으로의 책임은 나한테 있는데 그걸 또 그렇게 지키며 열심히 살려니 갑자기 우울해졌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암에 걸린 사실을 알고 2주 동안은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좀 정신이 드니까 현타가 오지게 온 것 같다. 큰 고비는 넘겼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하지에 대한 고민이었을 것이다. 진짜.... 어떻게 살아야하지? 난?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 거지?
티비에 금수저라는 드라마를 방영하고 있었는데 육성재가 우는 모습을 보고 같이 울었다. 왜 울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눈물이 났다. 나는 금수저도 없는데 말야. 그렇게 요양병원 첫 며칠은 약간의 현타와 우울감을 마주하는 걸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