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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라 Jun 20. 2023

[30대 대장암] 2. 입원

 2.입원_다시만난 병원침대, 올해에만 3번째 수술

 조직검사 결과를 알게 된 지 2주만에 정신없이 모든걸 처리하고 입원을 하게 되었다. 아침에 생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정확하게 딱 생리를 해서 신기했다. 다행이었다. 수술중이나 직후에 했으면 정말 피곤했을건데 그게 아니니까. 비록 피가 모자라는 상태에서 수혈받아야하는데도 흘려내는게 좀 그렇긴했지만 그래도 미리하니까 훨씬 마음이 편하다. 오늘 통증이 너무 심해서 약을 좀 많이 먹은 거 빼고는 ㅎ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컨디션. 마지막으로 뚜레쥬르 가서 피자빵이랑 크림빵을 사먹었다. 사실 먹다가 그만뒀다. 너무 배가 아파서. 그러고 집에서 조금 쉬다가 병원으로 갔다. 신랑은 오늘 출근했기때문에 나 혼자 버스타고 입원하러 갔다.


 가는 길에 빨간 단풍이 예쁘게 물든 하늘을 봤는데, 손끝에 가을이 머물러 있는 기분이었다.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병원에서 맞이하게 되었구나. 퇴원을 하면 이 겨울이 와 있겠지 싶어 뭉클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계절이라 아픈게 조금은 잊힐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원수속을 바쁘게 했다.
사람이 진짜 많았다. 다행히 내가 원하던 5인실로 배정을 받았고, 창가자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최악의 자리 2개는 피했다. 최소 7일이상은 병원에 있을 건데, 좋은 베드 선택은 필수다. 병실 왼쪽엔 베드 2개와 화장실, 오른쪽에 베드 3개가 있다. 내 개취로는 무조건 베드 2개 있는 게 낫다. 그쪽이 하나의 베드가 사용하는 면적이 더 넓기 때문이다. 나는 베드 2개 중 화장실에 가까운 쪽이었고 상대적으로 맞은편보다 공간이 넓어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뭔가 퀘스트 하나 완료한 거 같은 기분!

조금 있으니 어른간호사 언니가 와서 대장암 수술동의서를 들고와서 설명을 해줬다. 엄청 친절하고 설명을 잘 해주셨다. 내가 궁금했던 보험 같은 것들도 물어보니까 아는 선에서 잘 대답해주셨다. 고마웠다.

채혈검사는 역시나 피가 모자라다고 나와서 수혈 한 팩 더 했다. 2시간 정도 걸린다던 수혈이 유독 늦게 내려오는 거 같은 느낌은 기분탓인가..ㅋ

그리고 장을 자르고 이어붙이는 수술을 하기 때문에 장을 잘 비우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대장내시경때 하던 방식으로 장을 비워야하는데, 처음에 물약 주신다는거 오라팡 약을 달라고 해서 알약으로 먹게되었다. 21시에 14알 먹고 새벽에 14알 먹는다.  이제 그렇게 하루종일 장을 비우고 다음날 수술!

      


 
이렇게 입원 첫날이 지나갔다.

18시 이후에는 병원 외래환자가 안오기 때문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한다. 그래서 부모님이 오셔도 만날 수가 없어가지고 내가 나가서 서서 뵈었다. 코로나 시국이라 아무나 면회를 허락하지 않고, 상주보호자도 1명만 두는 것이 불편한 것도 있지만 오히려 잘 된 거 같다. 병실 자체는 붐비지 않아서 좋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지침은 유지가 되었으면 했다. 입원환자들에겐 안정이 필요한데, 면회랍시고 와서 시끄럽게 하는 거만큼 민폐가 없는 거 같다.
 이때까지는 좀 덜 무서워서 열심히 카톡도 하고 쉬다시피 했는데, 갑자기 맹장수술 직후의 그 고통이 생생해서 엄청 무섭기도 했다.
 금방 지나갈거니까 조금만 참자 조금만을 되뇌이며, 수술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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