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일기 12. 신임소위 VS 고참중사

신입변호사와 사무장의 관계에 관하여

by 예변의 서재

사무장은 법률사무소의 독특한 생태계 속에서

변호사와 묘한 동거를 이어가는 존재다.


그들은 법률가가 될 뻔했거나,

경찰, 검찰 등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이들로,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특히, 지역사회에 발이 넓은 사무장은

사무실 운영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들은 의뢰인 상담, 사건 수임,

나아가 사무소의 비즈니스 성과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그 존재감이 고용변호사보다 크다고 느껴질 정도다.


법률사무소의 사무장과 젊은 변호사의 관계는,

군대의 고참 중사와 신임 소위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신임 소위는 계급상으로는 분명 더 높은 위치에 있지만,

실질적인 현장 경험이나 실무 지식에서는 고참 중사를 따라가기 어렵다.

고참 중사는 경험이 풍부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배운 사람들이다.


이런 구조는 법률사무소에서도 마찬가지다.

사무장은 실질적인 업무 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며,

때로는 고용변호사보다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도 한다.



내 옆방엔 나보다 20살 많은 사무장님이 계신다.

다방면에서 노련하시다.

슬쩍 내게 말을 놓는 순간들도 있다.

서툴고 아마추어같이 보이는 내 자격지심 탓인지

반말로 던지는 말들만 날아와 꽂힌다.


때로는 내가 그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후배처럼 느껴졌고,

때로는 그와의 관계에서 나 자신이

변호사로서의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사무장은 의뢰인에게 독자적으로 법률적 자문을 할 권한이 없고,

변호사를 대신하여 법률사무를 주도할 수 없으며,

변호사의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함이 바람직하다.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법률사무를 수행하면

변호사법 위반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른 책임은 결국 변호사가 지게 된다.


그러나 그의 존재는 법률사무소 내 묘한 권력 구도를 상징했다.

그는 나를 "변호사님"이라고 부르면서도,

자신의 경험치를 통해 암묵적으로 나를 가르쳤다.

나는 그런 관계에서 알 수 없는 견제심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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