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에 무지했던 20대, 씁쓸한 첫 경험
20대 중반에 입사한 첫 직장에서
첫 월급을 받았다.
처음으로 내 힘으로 돈을 벌었다는 기쁨에
무얼 살까 고민하다가,
인터넷에서 가방 하나를 주문했다.
가격은 6만 원대.
디자인이 독특하면서도 아주 고급스러워서
갓 직장인이 된 내게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그렇게 설레는 마음으로 가방을 들고 출근했다.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가방을 올려놓았는데, 맞은편 선배가 대뜸 말했다.
“어머, 피카부 아니야?
첫 월급으로 큰맘 먹었나 보네. 예쁘다!”
피카부? 순간 당황해서 얼버무렸다.
“아, 아니에요. 그냥 인터넷에서 샀어요.”
선배는 멋쩍게 웃었지만 나는 무슨 말인지 몰라 머릿속이 멍했다.
한참 뒤에야 알았다.
내가 산 가방이 명품 브랜드 펜디의 시그니처 백 ‘피카부’와 비슷한 디자인이라는 걸...
그래도 취향은 고급이었다고
웃어넘겨야 할지.
아니면 명품이 뭔지도 모르고 순진하게 보내온 20대를 반성해야 하는 것인지.
내가 산 가방이 가품인지, 흔히 말하는 st제품인지도 구별 못하던 그때를 떠올리면 씁쓸해진다.
명품에 대한 관심도 배경지식도 전혀 없었으니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기준도 없었다.
어쩌면 이런 씁쓸함은 나만 느끼는 게 아닐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갓 사회에 나오는 20대 여성에게 옷이나 가방, 물질적인 것들은
경제적 격차를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이 모든 게 단지 가방 하나로 느껴지는 현실이니까.
명품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명품을 모르는 게
꼭 순수한 건 아니라는 것도 깨달았다.
의도치 않게 겪게 되는 난감한 순간들,
그 씁쓸함은 우리가 처음으로 사회에서 부딪히는 경제적 차이의 실감 같은 것이다.
결국, 나는 그날을 이렇게 기억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