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기록으로 살아간다.

말하지 못했던 날들을 대신한 증언



나는 오래전부터 무언가를 기록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말하지 못한 날엔, 글로 남겼다.
감정을 삼켜야 했던 밤엔, 메모장에 눈물을 눌러 담았다.


기억은 흐려지고, 사람은 잊히고,
상처는 시간에 묻히는 듯 보이지만,
나는 기록 속에서만 ‘진짜 나’로 존재할 수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삶이 무너졌다.

그 누구에게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공포,
가정폭력과 아이들을 향한 위협이 일상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기록하기 시작했다.
날짜, 시간, 사건, 감정…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일이 있었고,
그때 내 아이는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빠짐없이 써 내려갔다.


이 기록들이 없었다면,
법정에서 나는 그저 '주관적인 주장만 반복하는 여자'로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은 그날의 나를, 그 순간의 우리를 증명해 주는
작지만 가장 강력한 ‘증인’이었다.


사건이 벌어진 후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은 "그 정도는 누구나 겪는다"라고 말한다.
“기억이 왜곡될 수 있다”, “감정이 과장된 것 아니냐”고도한다.


그래서 나는 적었다.
내가 느꼈던 두려움을,
아이들의 눈빛을,
침묵 속에 터져 나오는 마음의 비명을.


기억은 흐릿해져도
기록은 내가 버틴 시간의 무게를 증명하고,
법정 밖에서조차 나 자신을 잊지 않도록 지켜주었다.


‘엄마’라는 이유로 울 수 없었던 날들,

‘혼자’라는 이유로 나약하다고 말 들을까 두려웠던 순간을
내가 할 수 있었던 건 단 하나,
기록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증명하기 위해 적었지만,

이제는 나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언젠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줄 수 있기 위해 적는다.


나는 아직도 매일 몇 줄씩 적는다.
억울했던 말, 고마웠던 마음, 다짐과 후회
그것이 나의 싸움이고, 나의 치유이며,
‘살아있음’의 증거다.


기록은 나를 울게도 했고, 다시 일으켜 세우기도 했다.

무너진 삶 속에서,
나는 이 기록 덕분에
‘엄마’가 아닌 ‘나’로서 존재할 수 있었다.


누군가는 말한다.
"기록한다고 바뀌는 게 있느냐"라고.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기록이 있었기에,
나는 그 긴 시간들을 버틸 수 있었고,
지금 여기까지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을.


법 앞에서는 그저 하소연에 불과할지라도,

기록은 나의 무기였고, 방패였고,
무너진 세상 속에서 내가 지닌 단 하나의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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