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고, 다시 찾아가는 시간
세 아이들이 자라며 더 이상 입지 못하게 된 옷들
어느새 내 옷장 한편에 수북이 걸려 있다.
그렇게 옷이 쌓여가듯,
나는 내 정체성을 조금씩 잃어갔다.
'나'라는 사람,
'나'라는 존재는 어디에 있을까
내 꿈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누구의 딸이었을까
아이들의 친구를 챙기듯,
내 친구의 존재조차 어느 순간 놓아버렸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내가 세상에서 제일 커 보였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아들은 이렇게 말했다.
"엄마, 엄마가 이렇게 작았어?"
그랬다.
나는 여성 평균 키보다 작고
체형도 작아서
S 사이즈 옷도 헐렁하다.
신발도 맞는 걸 찾기 힘들다.
내 발에 딱 맞는 신발을 만나면
2~3년은 그 신발 하나로 버틸 수 있을 정도였다.
작아진 아이들의 옷을 입고
'나'보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살아왔던 시간들
어쩌면 그렇게 살지 않았다면
지금 내 곁에 아이들이 없었을지도 모른다.
나를 내려놓고 살아왔기에
지금 나는 나를 돌아볼 수 있다.
그리고 내 곁엔
든든하게 자라 준 아이들이 있다.
최선을 다해왔기에,
나는 부끄럽지 않다.
비록 초라해 보일지 몰라도
이제 나는 오히려 더 당당하다.
어쩌면 그 시간들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든 것일지도 모른다.
철없던 스물네 살의 엄마에서
이제는 진짜 '엄마'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