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손길, 그리고 감사
받은 만큼, 다시 건네고 싶습니다
비가 올 것만 같은 흐린 하늘 아래,
또다시 긴급생계비 신청서를 들고 복지센터 문을 열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일 거야."
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하며 도착한 자리였지만,
마음속에서는 또다시 무너지는 무언가가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정말 그만 받고 싶습니다.
누가 죄인인가
긴급복지지원서류를 적는 동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서류 하나하나에 ‘내가 얼마나 어려운가’를 증명해야 하고,
사연을 다시 꺼내야만 했습니다.
나는 가정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나는 자녀를 방치하지 않았습니다.
나는 폭력을 휘두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왜 나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할까요?
왜 피해자인 내가 ‘피고’로 불리며 생계를 포기한 채 소송에 매달려야 할까요?
받은 만큼, 정말 감사했습니다
여지껏 내가 버틸 수 있었던 건,
필요할 때마다 손 내밀어주던 복지의 따뜻함 덕분이었습니다.
그 따뜻함 덕분에 아이들 밥은 굶기지 않았고,
약을 끊지 않을 수 있었고,
전기와 가스가 끊기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도, 아이를 위해 신청했습니다.
내 손에 들린 이 신청서 한 장이,
아이의 한 끼 식사가 되고, 한 달 약값이 되기를 바라며…
담당자 얼굴이 익숙할 만큼 자주 왔던 이 자리에서,
나는 오늘도 감사 인사를 몇 번이고 반복하며 문을 나섰습니다.
마지막 소송, 마지막 신청
이제 남은 건 민사소송과 가사조정뿐입니다.
마지막이라는 다짐으로, 마지막이라는 희망으로,
복지정책담당자와 통화를 마친 뒤,
나는 또 한 번 서류를 준비했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이젠… 받은 만큼 돌려주고 싶다."
다음은 내가 손을 내밀 차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솔직히 마음 한켠은 여전히 무겁습니다.
도움이 절실했지만, 늘 조심스럽고,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으로 도움을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젠가, 내가 받은 이 도움을 고스란히 누군가에게 돌려줄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이 시간을 견디는 이유가 될 것입니다.
누군가 길을 잃었을 때,
누군가가 문을 열 용기가 없을 때,
그때 나는
“나도 그랬어요.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며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