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와 환경보호
모친댁에는 사은품이 넘쳐난다.
ㅇㅇ노인대학, ㅇㅇ 반상회, 종교 행사나 체육대회 및 각종 행사명과 날짜가 박힌 사은품들이다. 집안 곳곳에 걸려 있거나 전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장식장, 책상 서랍장, 수건장 안에서도 찾을 수 있으며 부엌용품은 물론 물수건, 각종 병원의 홍보물까지 크고 작은 사은품이 집안에 널려 깔려있다.
모친께 꼭 필요한 물건들이냐? 그렇지 않다. 없어도 되는 물건이지만 공짜이거나 선물이라 받았고 언젠가는 쓸 수 있는 물건이겠으나 없이 살아도 전혀 문제가 없다. 대부분 플라스틱 물건들이라 환경공해 발생에 한 몫하고 있다.
쓸데없는 공짜 물건으로 빼곡히 찬 모친의 서랍장을 탈탈 비우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왜 쓰지도 않는 물건들을 이리 모아 두셔서 정작 필요한 물건들은 바깥으로 다 나와 있게 만드냐고. 불필요한 물건은 받지 마시고, 받아도 바로바로 버리시라고. 그러자 모친은 주는데 어찌 받지 않고, 멀쩡한 물건을 어찌 버리냐시며 크게 역정을 내신다.
아휴~~~ 딸 잔소리 당연히 싫으시겠지. 어쨌을까, 그래서 어머니 모임 있어 나가셨을 때 몽땅 갔다 버렸다. 깔끔하게 필요한 살림만으로 살아도 버거우실 몸으로 왠갓 공짜 사은품으로 가득 찬 집안 몸무게 좀 줄여드리려고 발악을 했다. 물티슈 쪼가리들은 집안 구석구석 먼지를 떨며 다 버렸다. 어흑 모두 플라스틱 쓰레기들이었다.
창고문 열었다가 또 한 번 기절초풍했다. 원 플러스 원!!! 각종 행사 마케팅의 노예가 된 울 어머니. 화장품도, 조리기구도, 음식도 그릇도 옷도 모두 쌍으로 가지고 계시거나 빨주노초파남보의 세트로 가지고 계셨다.
공짜 물건, 원플러스 원 등으로 필요 이상의 물건을 소비자에게 생각 없이 (혹은 유혹하여) 사도록 만들지 좀 말라. 이렇게 구매하는 것이 무조건 싸다고 믿는 모친은 모든지 과도하게 필요이상 많이 구매하고 기업들이 창고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머니께 떠넘긴 화장지 세트, 키친타월, 심지어 신발 등등으로 가득 차있다.
계속 이야기하다 보면 싸움만 나고 모친만 섭섭해하니 이쯤에서 스톱!
실컷 싸우고 나서 집을 나섰다. 필요한 플라스틱 물건을 줄이느라 난리들인데 없어도 그만인 물건 들을 저렇게 찍어내서 공짜로 날리고들 있으니… 소비사회를 지양해야 하는데 매일 원플러스 원이니 해가며 안 사도 되는 물건을 소비자들에게 얹혀주고 쯧쯧쯧…
갱년기로 생리가 멈췄다가 내 나라에 들어와 엄마품에 와 얻어먹고 편해지니 갑자기 혈류가 팽팽 돌며 어제부터 토마토 공장이 폭발했다. 시내 나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중형 사이즈의 예쁘장한 포장이 된 생리대를 집어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비닐 봉지 드릴까요?”
점원이 친절하게 물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원플러스 원이니 하나 더 가져가세요.”
무슨 말씀인지 잘 못 알아듣고 주섬주섬 카드를
지갑에 넣고 있는데 어리버리한 내 모습을 보고 못 알아들었음을 바로 인지하신 점원분이 재빨리 가셔서
같은 물건을 집어다 갖다 주신다.
“아~~~ 원 플러스 원.”
그제야 알아 들었다. 로또에 당첨된 것을…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를 연신 외치며 가게를 나와 그로부터 전철역까지 10분 동안 절로 노래가 나왔다. 세상을 다~~가진 것 같았다. 공짜가 이렇게 좋을 수가!
환경을 생각하던 나의 위선은 어디로 갔는가. 공짜 물건 받지 말라 모친 타박 주던 딸내미의 모습은 어디로 갔는가… 공짜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 독일에 오래 살면서 공짜로 뭘 받은 적이 없어서 사은품에 원플러스원의 은혜를 입어본 적이 없어 매몰차게 모친을 떠밀려 나만 성인군자인 척을 했구나.
그 이후로 가게를 들어갈 때마다 그것만 확인한다. 원 플러스 원!